길환영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TV제작본부장, 콘텐츠 부장을 거쳐 부사장에 올랐다. 그는 2012년 11월 사장에 취임하면서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 제작ㆍ보도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고 노조와의 상생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1년 6개월간 KBS가 걸어온 길은 정반대였다.
KBS는 길 사장 취임 직후부터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고 휘청거렸다. 뉴스 프로그램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보도를 내보내는 데 앞장선 반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나 시민의 촛불집회 등은 축소 보도하거나 누락했다. 길 사장은 제작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과 성과를 찬양하는 다큐멘터리를 정규 편성했고 특정 프로그램 진행자를 교체하기도 했다. 정치적 중립성은 무너졌고 제작과 보도의 자율성과 공정성은 땅에 떨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청와대만 바라보던 KBS는 결국 곪은 부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과 장영주 책임 프로듀서(CP)는 길 사장이 뉴스 보도뿐 아니라 시사 프로그램 제작에도 지속적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노사 관계도 악화했다. 길 사장은 임기 초부터 임금협상, 제작 자율성, 보도 공정성 등을 놓고 KBS노조 및 새 노조 양측과 대립했고 사내 게시판 관리를 강화해 노조의 반발을 샀다. KBS 직원 80% 가량이 소속된 양대 노조는 5월 29일 길 사장의 퇴임을 요구하며 공동 파업에 나섰는데 2009년 노조 분리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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