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달려화 강세에
원화 가치는 계속 상승세
올 들어 세 번째 900원대
원ㆍ엔 환율이 또 900원대로 떨어졌다. 글로벌 달러화 강세로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하락한데다 원화 가치는 상승세를 이어간 탓이다. 이러다 세자릿수 원ㆍ엔 환율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ㆍ엔 재정환율(오후 3시 기준)은 100엔당 995.12원을 기록했다. 2008년 9월8일 100엔당 994.85원을 보인 이후 5년 9개월만에 최저다. 올해 원ㆍ엔 환율이 900원대를 기록한 것은 1월 2일(997.44원)과 지난달 13일(999.41원)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원ㆍ엔 환율은 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두 통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을 환산한 재정환율로 표시한다.
엔화 가치는 아베노믹스 효과로 지난해 대폭 절하된 이후 최근 1달러당 102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본은행(BOJ)이 추가 부양책을 하지 않아도, 미국 경기회복세로 인한 달러화 강세 현상때문에 엔화 가치가 자연스레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원화 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 이날도 원ㆍ달러 환율이 가까스로 1,020원대에 턱걸이(1,020.5원)를 했지만, 국내에 밀려드는 달러 공세를 감안하면 추가 하락(원화 가치 강세)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망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세자릿수 원ㆍ엔 환율 고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베 정권이 성장정책을 이달 내놓을 경우 지금과 달리 엔화 자체의 가치가 하락하게 돼 엔ㆍ달러 환율이 104엔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한국도 여름 전력 수급만 괜찮으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600억달러 이상 기록하면서 원화 강세도 유지돼 하반기에는 원ㆍ엔 환율이 세자리로 정착할 조건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무라증권은 원ㆍ엔 환율이 올 연말 960원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수출기업들의 불안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4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원ㆍ엔 환율이 800원까지 떨어지면 기업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지난해말 대비 0.35%포인트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과 경합을 벌이는 중소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에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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