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페이지의 리마스터 거친 1~3집 전 세계 발매
불멸의 하드록 밴드 레드 제플린이 새 옷을 입고 돌아왔다. 밴드의 실질적인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70)가 레드 제플린의 앨범 1~3집을 20년 만에 다시 손질해 내놓았다. 이 앨범들은 3일전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발매됐다.
레드 제플린의 1~3집은 40여 년 전 발표돼 수천만 장이 팔려 나간 데다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는 앨범들이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악이나 새 음원으로 다시 들을 이유는 많다. 1994년 이뤄진 첫 번째 리마스터 작업 결과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이후 20년간 단 한 차례도 전체적인 리마스터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엔 각 앨범마다 라이브 레코딩이나 미공개 스튜디오 음원을 담은 ‘부록’ 음반이 추가됐다. 레드 제플린의 미공개 음원이 이처럼 대량으로 공개된 적은 없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올랭피아홀에서 쇼케이스를 연 지미 페이지는 “최근 들어 음악을 듣는 방식이 거의 5년 단위로 바뀌고 있고 음악을 듣는 방식도 아주 다양해졌기 때문에 (앨범들을)다시 손질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페이지는 CD와 일반 디지털 음원은 물론 DVD-오디오, 블루레이오디오 그리고 미래에 나올 고음질 미디어까지 고려해 리마스터 작업을 했다.
레드 제플린의 1집 ‘레드 제플린’(1969)을 1994년 출시된 CD와 이번에 새롭게 나온 CD로 비교해서 들으면 소리의 차이가 확연하다. 2014년 버전에서 악기들의 소리가 훨씬 또렷하게 들리고 소리가 퍼지는 공간감은 줄었다. 소리의 성향이 꽤 달라서 팬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갈리고 있다. 록그룹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은 “리버브 같은 기계 장치 효과를 빼고 중저음을 키운 듯하다”며 “요즘 록밴드의 음악처럼 모던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각 앨범의 부록 음반에 담긴 새로운 음원들도 팬들의 흥미를 끌 만하다. 1집 부록으론 밴드가 2집 ‘레드 제플린 II’를 내기 직전에 파리 올랭피아홀에서 가졌던 콘서트 실황이 담겼다. 지미 페이지가 일본의 한 레코드 가게에서 이 공연의 부틀렉(비공식 음반)을 듣고 난 뒤 원본 테이프를 수소문해 완성했다. 2집과 3집 ‘레드 제플린 III’(1970)의 부록 음반엔 앨범 녹음 리허설과 실제 녹음 과정에서 만들어진 음원들이 실려 있다.
원래 앨범에 실린 곡들을 다른 연주, 다른 믹스를 들어볼 수도 있다. 3집에 실린 ‘신스 아이브 빈 러빙 유’의 러프 믹스는 원곡에 비해 기타와 드럼, 보컬 소리가 훨씬 거칠고 원초적이다. 그래서 “원곡보다 훨씬 좋다”고 말하는 팬들도 많다.
2년간 리마스터 작업과 미공개 음원 선곡에 매달린 지미 페이지는 레드 제플린이 녹음하던 현장으로 팬들을 안내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는 “부록으로 담긴 음원들은 각 앨범을 녹음하던 시절을 담은 타임 캡슐로 통하는 문이자 창 같은 것”이라며 “앨범에 담긴 곡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레드 제플린의 나머지 6장의 정규 앨범 역시 리마스터 작업을 거쳐 순차적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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