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스코어 2차례나 망신 불펜 조상우 공백으로 더 가중
한 시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20점 경기가 벌써 5번째다. 이쯤 되면 아마 야구를 넘어 ‘동네 야구’비웃음을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야구가 핸드볼도 아니고 다득점 경기가 속출한다”며 “시간만 길어지고 동네야구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구단 별로는 KIA가 한 차례, 롯데와 NC가 각각 두 차례 20점 이상을 올렸다. 20점을 내준 팀은 KIA, SK, 두산, 그리고 넥센이 2번으로 가장 많다. 넥센 마운드는 지난 5월7일 목동 NC전(5-24), 4일 창원 NC전(3-20)에서 처참히 무너졌다. 선발, 불펜 할 것 없이 나오는 투수마다 족족 넉다운 당했다.
‘젊은 여우’ 염경엽(46) 감독이 이끄는 넥센은 올해도 유력한 4강 후보다. 한 방 능력을 갖춘 거포들이 즐비하고 지난해 창단 첫 가을 야구의 경험이 더해졌다. 시즌 전 야구인들은 “넥센이 4강은 물론 한국시리즈 정상까지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마운드가 너무 불안하다. 확실한 에이스가 보이지 않는다. 염 감독은 “1선발부터 4선발까지 다 무너지는 경기가 나온다. 5선발은 정해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좋은 구위를 갖고 있는) 강윤구 김영민 등은 선발로 쓸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선발이 무너졌을 때 내보낼 투수들이 없어진다”고 했다.
염 감독은 이어 “대량 실점을 하고 싶은 감독은 없지만 화요일이나 수요일부터 선발이 일찍 내려가면 ‘핸드볼 스코어’가 불가피하다. 다른 게임도 생각해야 한다. 불펜 투수들을 무턱대고 기용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넥센의 더 큰 문제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야구는 방망이 싸움이 아닌 투수 놀음이다.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고 펑펑 치던 타자들이 언제 슬럼프에 빠질지 모른다. 반면 투수들은 일정한 페이스가 있다. 한 두 경기 무너질지언정 타자들 보단 꾸준하게 제 기량을 발휘한다. 그런데 넥센 마운드는 계속 두들겨 맞고 있다. 잘 하던 선수가 갑자기 못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염 감독은 시즌 초반 이 같은 약점을 오른손 불펜 투수 조상우로 메웠다. 조상우가 5~7회 마운드에 올라 시속 155㎞의 광속구를 뿌리며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9개 구단 중 넥센이 퀵후크(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 이전 마운드에서 내리는 것) 1위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조상우가 5월11일 무릎을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 9월이 돼서야 1군 엔트리에 진입할 수 있는 큰 부상이다. 염 감독도 더 이상 선발을 일찍 내리는 과감한 결단은 할 수 없게 됐다. 자칫 경기 중반부터 불펜을 가동하면 선수단 전체에 과부화가 걸려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이 같은 상황을 인정하며 “우리 투수들이 전지훈련에서 정말 열심히 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해 안타깝다. 선수들에게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주문했다”면서 “모든 건 새로운 방법을 뒤늦게 찾으려 한 내 탓이다. 팀을 빨리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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