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박빙 결과 '대화합' 절실
6ㆍ4 부산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가 초박빙의 승부 끝에 당선됨에 따라 부산지역은 두 개로 나눠진 민심을 하나로 봉합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게 됐다. 사상 유례없이 치열했던 이번 선거는 사실상 무소속 오거돈 후보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오 후보는 거대야당의 조직과 인력에 맞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 후보는 최종 79만7,926표(50.65%)를 얻어 77만7,225표(49.34%)를 획득한 오 후보를 2만701표 차이로 따돌렸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무효표가 무려 5만4,016표로 집계된 점을 감안하면 오 후보로선 ‘석패’다. 오 후보 지지자들은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중도 사퇴한 고창권 통합진보당 후보가 조금 더 일찍 사퇴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을 이른바 ‘대통령 마케팅’으로 지목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막판 세월호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담화 중 눈물로 민심에 호소한 부분이 ‘특효약’으로 작용, 보수표 결집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높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번 부산시장 선거를 사실상 ‘박근혜의 승리’로 풀이하고 있다.
‘서병수호’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 스스로도 텃밭에서 유권자의 절반(49.3%)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사실에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서 당선인은 “이번 선거 결과는 ‘희망’과 함께 ‘무거운 책임’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줬다”며 “더 낮은 자세와 뼈를 깎는 각오로 변해야 한다는 ‘질책과 격려’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에 따라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과감한 포용력으로 반대세력을 끌어 안는 한편 산적한 지역 현안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도 일방통행의 밀어붙이기보다는 소통과 공존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양측이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폭로전을 이어가면서 서로 고소ㆍ고발장을 접수한 것만 무려 9건이나 돼 대화합 차원의 결단도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부산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1998년 이후 지속된 행정관료 출신 시장 시대를 접고 정치인 출신이 처음 시정의 키를 잡게 돼 이에 맞는 지역발전을 위한 큰 그림 제시와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올지 여부도 시험대에 서게 됐다.
오 후보는 “성원을 보내주신 부산시민 여러분께 감사 드리며 비록 선거에서는 졌지만, 시민 여러분이 보여주신 부산발전에 대한 참뜻은 충분히 나타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 당선자에게 축하 드리며, 시민의 뜻을 잘 받들어 시민을 위해, 부산 발전을 위해 좋은 시정을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울산 광역ㆍ기초 여당 ‘싹쓸이’
6ㆍ4 지방선거 결과 울산은 새누리당 후보들이 광역시장과 5개 구ㆍ군 단체장을 싹쓸이 했다. 광역의원의 경우도 민주당에 비례의석 1석을 내준 것을 제외하곤 석권했다. 지역 국회의원 5석을 모두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가히 새누리당 독주 체제라 할만하다.
개표 결과 울산시장엔 새누리당 김기현 후보가 65.4%를 득표, 2위 정의당 조승수 후보(26.4%)를 더블스코어 이상의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중구 박성민, 남구 서동욱, 동구 권명호, 북구 박천동, 울주군 신장열 등 새누리당 후보들이 모두 당선됐다.
울산이 1997년 광역시로 승격한 이래 지방선거에서 자치단체장을 특정 정당이 독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네 차례의 선거에서 울산시장은 모두 새누리당 전신 한나라당 후보가 독점했지만, 기초단체장은 진보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와 나눠 가졌다.
2회 지방선거(1998년)에서는 당시 노동자 지지를 업은 무소속 김창현, 조승수 후보가 동구와 북구를 차지했고, 3회(2002년)엔 민주노동당의 이갑용, 이상범 후보가 역시 동구와 북구를 거머쥐었다. 4회(2006년) 땐 무소속 정천석 후보가 동구청장에 당선, 한나라당 독식구도를 막았다. 5회 선거(2010년)에선 무소속 조용수 후보와 민주노동당 윤종오 후보가 각각 중구와 북구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울산에서의 새누리당 강세, 노동(진보)세력 약세 현상은 앞서 지난 총선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16대 총선(2000년)에선 무소속 정몽준, 17대(2004년)엔 국민통합21 정몽준과 열린우리당 강길부, 18대(2008년) 무소속 강길부 등이 한나라당의 독주를 저지했지만 19대(2012년)에 이르러서는 울산의 6개 지역구를 모두 한나라당이 차지, 이번 지방선거의 전주곡이 됐다.
당초 세월호 참사로 정권 심판의 성격이 강한 이번 선거에서 울산 새누리당의 완전 승리는 의외의 결과다.
김기현 울산시장 당선자는 “선거결과를 보고 우리도 크게 당황했다. 새누리당의 텃밭이라 생각하는 다른 지역 후보들이 매우 고전한 상황에서 울산의 결과는 기대 이상”이라면서 “과중한 성원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석권’은 동구와 북구청장을 탈환했기에 가능했다.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 소속이 현직 구청장인 두 지역에서 열세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두 곳 모두 비슷한 성향의 야권 후보가 복수로 출마하는 바람에 표가 분산돼 새누리당에 결정적인 승인을 제공했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전통 노동 강세지역인 북구와 동구가 갈수록 보수화되고 있다는 점을 진보진영이 간과한 듯 하다.
▦경남 새누리당 ‘텃밭’ 재확인
경남은 이번 6ㆍ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텃밭임을 재확인했다.
5일 선관위의 최종 개표 결과 도내 시ㆍ군 18곳 가운데 14곳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창원, 김해, 양산, 진주, 고성 등 5곳에 후보를 낸 새정치민주연합은 김해 1곳에서만 당선자를 냈다. 무소속 후보는 3곳에서 선전해 당선했다.
새누리당은 당초 18개 시ㆍ군 기초단체장 가운데 후보를 낸 17곳 중 16곳에서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사천시와 의령군 현직 단체장이 무소속에 패해 당선자는 2명 줄었다.
역대 민선 1~3기 도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야당은 단 1명도 당선인을 내지 못했다. 야당 후보가 시장ㆍ군수에 이름을 올린 곳은 2006년 민선 4기 때 열린우리당 소속 밀양시장과 함양군수가 처음이었다. 당시 전체 20개 시ㆍ군 가운데 14곳에서 여당인 한나라당 후보가, 4곳은 무소속 후보가 각각 승리했다.
2010년 민선 5기 때는 민주당 공천을 받은 김맹곤 김해시장 후보가 유일한 야당 당선인이었으나 김 시장은 이번에도 당 사무총장 출신인 김정권 후보를 물리치고 영남 유일의 야당 단체장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전체 18개 시ㆍ군 가운데 11곳에서 한나라당 후보, 6곳은 무소속 소속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단체장에 이어 광역ㆍ기최의원도 새누리당이 석권했다. 개표 결과 모두 55명을 뽑는 경남도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소속 당선인이 50명으로 전체의 90.9%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새정치민주연합 2명(3.6%), 노동당 1명(1.8%), 무소속 2명(3.6%)이었다. 이는 4년 전 지방선거 때의 여당 비율(70.4%)과 비교해 20.5% 포인트나 높아졌다. 2010년 6ㆍ2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 당선인이 전체의 54명 가운데 38명이었다.
도내 18개 시ㆍ군 기초의원 선거도 새누리당이 휩쓴 가운데 김해시의원 선거도 4년 전 야당 우위에서 여당 우위로 역전됐다. 22명을 선출하는 김해의원 선거에서 13명(59.1%)의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 절반을 넘어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8명(36.4%)이고 무소속은 1명(4.5%)이었다. 4년 전엔 전체 21명 가운데 한나라당이 10명(47.6%)으로 절반에 못 미쳤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4년 전 보다 새누리당의 아성이 더 견고해졌다”면서 “의회마저 여당이 장악, 구조적으로 보면 집행부를 견제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비판ㆍ감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을 경우 4년 뒤 유권자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배기자 kimcb@hk.co.kr
이동렬기자 dylee@hk.co.kr
목상균기자 sgmok@hk.co.kr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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