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하기 6일 전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G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다 뇌가 손상돼 의식불명 상태가 된 한 여고생의 이야기가 알려진 뒤 성형외과의사회가 이 병원을 조사해 ‘그림자 의사(섀도 닥터)’가 대리 수술을 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본보 4월 11일자 2면).
주로 개원가 성형외과 전문의들로 이뤄진 성형외과의사회는 4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사고에 연루된 회원(G성형외과 의사)을 의사회에서 제명하고 사법기관에 고발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문제가 된 G성형외과의 기사가 최근 온라인에 자주 보이고 있다. 당시 사고는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특정 시술의 필요성이나 효과를 홍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여고생 사고에 섀도 닥터까지 드러난 게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좀더 자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기사들이 대부분 ‘유료’일 거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말이다.
개원가 일부 병원은 홍보를 위해 온라인 유료 기사를 공공연히 활용한다. 광고나 이벤트, 협찬 같은 공식 마케팅 방식은 비용도 많이 드는 데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전략이 필요하고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비해 유료 기사는 기사 형식을 띠고 있어 대부분 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돈만 내면 누구나 온라인에 원하는 내용의 ‘기사’를 원하는 날짜에 올릴 수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병원들은 온라인 사이트에 따라 ‘기사’ 한 건당 15만~40만원 가량을 낸다. 이 돈은 해당 온라인 업체나 이들 업체와 병원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마케팅 업체로 들어간다. 적잖은 병원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절차가 까다로운 광고보다 손쉽게 온라인에 노출될 수 있는 유료 기사 방식의 홍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G성형외과는 바로 이런 방식을 활용해 다시 병원 홍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의료계의 한 인사는 “유료일 것으로 보이는 G성형외과의 기사가 최근 많게는 하루 서너 건씩 온라인에 올라온다”며 “섀도 닥터 사건을 미처 알지 못했던 소비자들에게는 적잖은 홍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심의가 이뤄지지 않으니 시술 효과를 다소 부풀리거나 치료 필요성을 지나치게 언급해도 제재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피해는 환자나 소비자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갈 게 뻔하다. 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최근 내부 모니터링 결과 회원(성형외과 전문의)의 90% 이상이 현재의 의료계 광고홍보 방식이 올바르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환자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과대광고로 성형수술을 부추기는 행위를 자제하도록 자율 정화 활동을 진행하겠다”던 성형외과의사회의 향후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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