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독자들은 소설가들이 만물박사에 박학다식해야 하는 존재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소설을 잘 쓰기 위해서는 잡다할 정도로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긴 하다. 벌써 15년 전의 일인데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되고 나서 나는 독자들로부터 서너 통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전화를 걸어온 이들은 내 당선작을 읽었다고 말하면서 소설 속에 사실과 다른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었다. 문제의 당선작(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소년 소녀를 만나다’)에는 등장인물들이 맥도날드에 가서 프라이드 치킨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전화를 걸어온 분들의 말에 의하면 맥도날드에서는 치킨을 아예 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과연 이들의 말은 사실이어서 15년 전 맥도날드에서는 치킨을 팔지 않았다. 그들은 어떻게 소설을 쓰는 사람이 그런 사소한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소설을 쓰느냐고 꾸짖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명백한 ‘세부적 진실’의 오류였다. 전화를 받고 나서 나도 모르게 벌개진 얼굴의 땀을 훔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최근에 반전이 일어났다. 나는 우연히 TV를 보다가 맥도날드에서 ‘맥윙’이라는 치킨 상품을 개발해서 새롭게 출시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걸 보고 나서 정말 말도 안 되게 나는 아, 내가 선견지명이 있었던 거야. 이제 내가 세부적 진실을 지키지 않았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겠군, 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던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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