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의 신사참배 이후 美 비판여론 잠재우기 총력
우리도 對일본 항전 나서야
국력 차이만큼 자금력 열세 日 지원금 100분의 1 수준
한국 대기업들의 관심 필요
“일본 측이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행사에 돈을 쏟아 부으면서 한미 관계를 이간질하고 있다.”
유현석(사진) 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에서 전개되는 일본 민간로비의 실상과 위험성을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먼저 “올해 상반기처럼 일본이 워싱턴 싱크탱크에서 판을 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비판적으로 돌아선 미국 여론을 돌려 세우기 위한 선전전이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측은 심지어 ‘한국이 중국에 넘어갔다’거나 ‘한국을 동아시아의 린치핀(핵심축)으로 설정한 미국의 한미동맹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의 돈줄로 불리는 사사가와 재단은 일본 안보논리를 합리화하는 세미나에 주미 한국대사까지 초청하는 무례를 범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일본이 역사왜곡 문제로 정부 외교가 한계에 부딪히자 민간 공공외교로 방향을 전환했다”며 한국도 이에 맞서 대일본 항전에 나설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한국은 현재 워싱턴 소재 세계 10대 싱크탱크 가운데 4곳에 한국 연구기반을 구축하는 등 일본에 맞서 활동을 대폭 늘리고 있다. 2009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이어 이달 브루킹스연구소에 한국석좌(코리아체어)가 개설됐고, 미국 외교협회(CFR)와 우드로윌슨센터에도 한국연구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 국제교류재단의 경우 연 2회 싱크탱크 책임자급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고, 지원하는 연구주제도 한국의 국제적 역할 등으로 확대해 국격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을 따라가기에는 국력 차이 이상으로 자금력에서 열세다. 유 이사장에 따르면 국제교류재단이 1년간 싱크탱크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은 100만달러 수준인데 이마저 뉴욕 맨해튼의 코리아소사이어티 지원금을 제외하면 워싱턴 싱크탱크에 쓸 수 있는 돈은 70만달러에 그친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워싱턴에 쏟아 붓는 돈의 10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액수다. 유 이사장은 “일본에서는 도요타 자동차와 히타치 등 대기업들이 자금지원을 전담하는데 비해 한국 기업들은 아직 공공외교에 대한 인식이 낮아 경제적으로 고전하고 있다”며 민간의 관심을 호소했다. 이날 국제교류재단 주최로 CSIS에서 열린 ‘2014 스페셜 라운드테이블’에는 CSIS 존 햄리 소장과 우드로윌슨센터 제인 하먼 소장 등 워싱턴의 주요 싱크탱크 13곳 책임자들이 참석해 한반도 연구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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