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예측불허 판도 속 고승덕 인지도 1위고승덕 딸 SNS 파문에 조희연 '어부지리'
선거사무실에 씁쓸한 표정으로 들어서는 고승덕 후보. 연합뉴스

이번 선거 최고의 반전 드라마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나왔다. 공식 선거 운동 초반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조희연(57ㆍ성공회대 교수) 후보가 줄곧 1위를 달리던 고승덕(56ㆍ변호사) 후보를 누르고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된 것. 통상 시도지사 선거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던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6.4 지방선거 최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4일 치뤄진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 조희연 후보는 5일 오전 0시 45분께 38.0%의 득표율로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 반면 고승덕 후보는 29%, 현 교육감인 문용린 후보는 27.6%를 얻어 고배를 마셨다. 조 후보는 당선 확정 후 "학생 안전 지키는 정책을 우선순위로 추진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자신의 선거 캠프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과 함께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여론조사전문가들조차 “투표함을 열어 봐야 알 정도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다. 공표가 가능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고 후보가 1위를 고수했었다. 한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6~27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 후보는 지지율 34.3%로 2위인 문 후보(21.7%)를 10%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조 후보는 16.4%로 3위였다. 교육감 후보는 지방자치단체장과 달리 정당 공천을 받지 않아 인지도가 관건인데 과거 TV 프로그램 출연, 국회의원 활동 등으로 얼굴을 알렸던 고 후보가 덕을 본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된 기간에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달 31일 고 후보 딸이 ‘고 후보를 교육감으로 뽑지 말아달라’는 글이 SNS를 통해 번지면서 지지율은 급격히 요동쳤다. 고 후보는 상대 후보(문용린측)의 공작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 2일엔 고 후보의 현 부인인 이무경씨가 부랴부랴 고후보를 옹호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하지만, 여론은 심상치 않았다. 문 후보 측은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 후보를 고발하며 강하게 맞섰다. 하지만 두 후보의 진흙탕 싸움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어갔다. 반면 조 후보는 아들이 인터넷에 올린 “아버지는 양복도 없다”는 글이 누리꾼들의 입소문을 타고 번지면서 잔잔한 파장이 일었다. 이들 후보의 자녀들 때문에 온라인에는 “이번 선거는 자식들의 대리전이다”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이들을 조용히 지켜보던 유권자들은 투표로 응답했다. 여론조사에서 20~30%에 달했던 ‘무응답층’의 표심이 결정적 작용을 한 것. 특히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자리를 놓고 벌이는 이들의 싸움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려놓기에 충분했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는 투표 전 이뤄진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정국을 거치면서 정부 여당에 분노를 지닌 진보 성향의 표나 그간 후보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젊은 표가 상당수 숨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반전 결과를 예측했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 선거사무소가 캠프 관계자 및 지지자들이 자리를 비워 허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21.9%로 3위로 발표가 나자 '끝까지 믿어주신 지지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는 말을 전하며 자택으로 향했다. 뉴시스

이날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각 후보 캠프의 표정은 크게 엇갈렸다. 고승덕 후보는 그러나 끝까지 의지를 다졌다. 그는 이날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허위사실을 공표한 후보를 고발했고 향후에 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선거는 끝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문용린 후보는 “개표 상황을 지켜보자”며 먼저 자리를 떠났다. 상황실을 가득 메운 문 후보 지지자들도 속속 캠프를 떠났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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