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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세 변화와 한중관계

입력
2014.06.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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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26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위해 한중 간 주요 현안에 관한 의견 교환과 정책 조율이 목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한중관계를 다시 한걸음 전진시키는 계기가 되리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한국은 최근의 동북아 주변 정세를 돌아보며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누려온 ‘반사이익’의 현주소를 다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그 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그리고 일본과의 영토ㆍ역사 분쟁의 갈등고조로 인해 전략적인 측면에서 한국에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강화된 미일 동맹을 견제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MD) 시스템과 한미일 지역안보 협력체제 구상 등에서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주길 바라며 한국에 대해 많은 호의를 보여왔다. 따라서 지금의 한중 우호관계에서 한국이 중국과의 신뢰쌓기에 노력을 기울인 점은 높이 평가돼야 하지만 중국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로 인해 얻게 된 ‘반사이익’의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동북아 정세는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우선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미국의 국력이 갑자기 떨어졌단 의미가 아니다. 동아시아에서의 문제해결 의지와 그 실행능력에 대해 지역 내 국가들의 의구심이 예전에 비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남중국해 영토분쟁,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 중국과 주변 국가들의 분쟁에서 미국은 역외 균형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며 직접적인 개입의 모습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의 과감한 군사행동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의 체면은 더욱 구겨졌다.

중러 사이의 전략적 협력 강화도 눈길을 끈다.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합병된 이후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제재를 받던 러시아가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상하이에서 개최된 제4차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에 참석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관계를 ‘포괄적 동반자와 전략적 협력의 신단계’로 격상시키기로 발표했다. 이어 일본과 분쟁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이 작전지역에 포함된 중러 합동 군사훈련 ‘해상연합-2014’의 개막식을 함께 참관했다. 10년을 끌어온 중러 간 천연가스 공급계약도 지난달 21일 30년간 4,000억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안정된 에너지 공급확보와 대미전략에서 큰 이익을 얻었다.

북일관계의 변화도 주의를 끈다. 지난달 26~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국장급 회의를 열며 협상을 계속했던 북한과 일본은 29일 납북 일본인 사건 재조사와 일본의 독자적인 대북제재에 대한 완화 검토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번 북일 간의 합의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한국으로서는 허를 찔린 느낌이다.

이런 동북아 정세 변화에 주목하며 한국은 그간 누려온 ‘반사이익’의 강도에 관한 변화를 생각해야 한다.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가세한 동북아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의 위상을 인정하며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미중 양자간의 협상 중심으로 풀어갈 경우 한국의 이익이 배제되고 ‘반사이익’도 다소 줄어들 수 있다. 만약 북일 간 대화채널이 활성화하고 이것이 북미 간 간접채널의 역할을 한다면 중국으로서도 대북정책을 일정부분 수정해야 한다. 그러면 ‘반사이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한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으로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통해 미중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전략적 가교(架橋)’라는 한국 외교의 역할을 확립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미중 전략대화를 활성화하고 이를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의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반사이익’이 존재하는 동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여러 협상들을 한국에 유리하게 진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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