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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손석희의 울음과 대통령의 눈물

입력
2014.06.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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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 예술인문학자

선거가 끝났다. 이제 잠시 미뤄뒀던 문제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 세월호 침몰과 구조 실패에 대한 진상 규명이 가장 시급하다.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를 지켜봐야겠지만, 어쩐지 벌써부터 세월호 사태의 본질이 흐려지는 인상이다. 무능한 첩보영화처럼 펼쳐지는 유병언 검거는 부수적인 문제이다. 본질은 왜 세월호가 침몰했으며, 어떻게 골든타임동안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는가이다. 이번에도 정부가 몇몇 관련자의 부패와 무능으로만 치부하며 처벌하고 끝내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그럼,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즐거운 일도 아닌데, 어서 잊자는 말은 그럴 듯 하다. 일부에서는 빨리 잊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건설적이라 말한다. 그렇지 않다. 오늘 해결하지 못한 잘못은 내일 터질 재난의 씨앗이다. 하지만 몇몇 언론과 정치인들은 이미 세월호 참사를 잊은 듯 하다. 여기서 눈물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눈물은 분노로 행동을 유발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의 짐을 덜어버려 사건을 잊게 만들기도 한다. 대형 재난과 선거 국면이 맞물리면서 지난 몇 주 동안 눈물이 자주 등장했다. 그 가운데 세 명을 주목했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다. 세월호 참사 발생 34일째 대국민 담화에서 희생자와 의인들을 언급하다가 눈물을 흘렸다. 국민들이 공감할 눈물이란 의견과 선거 위기를 타개하려고 눈물정치를 벌인다는 의견이 맞섰다. 일각에서는 30여 초 동안 눈을 깜빡이지 않아 눈물을 흘리게 됐다며 연출논란까지 제기했다. 천안함 희생자 분향소와 자신의 수행 비서관의 빈소, 독일 국빈 방문 때 파독 광부들을 만난 자리 등 이미 여러 번 눈물을 보였기에 나는 진심의 눈물이라 생각했다. 그날의 눈물은 비탄에 빠진 유가족과 국민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하지만 그것이 국정 책임자로서 세월호 참사 책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눈물은 사과의 시작일 뿐 대통령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해야 사과도 끝난다. 그러니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에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더 이상 누구도 눈물의 순수성을 의심할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는 고승덕의 눈물이다. 그는 이중국적으로 불거진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에 답하면서 아들은 건드리지 말아달라며 울었다. 뉴스를 통해 그 소식을 접한 그의 친딸 캔디 고는 아버지 고승덕은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논란이 일자 캔디 고는 “그 눈물은 자기가 버리기로 결정한 아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못박았다. 그녀가 보기에 고승덕의 눈물은 아들을 보호하려는 아비의 눈물이 아니었다. 만약 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눈물의 이름은 정치적인 욕망일 것이다. 불리한 상황에서 정치인이 흘리는 눈물은 자기 자신만 울릴 가능성이 크다. 울음이 이기적이라 맑지 않기 때문이다. 탁한 눈물로는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눈물 없는 조용한 울음도 있었다. 손석희 아나운서다. 지난 4월 21일 그는 실종자 가족인 김모씨와 전화 인터뷰를 하기로 했으나 생방송 직전 김모씨의 딸이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비보를 접하고는 인터뷰가 어렵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순간 눈물은 보이지 않았으나 손석희의 단정하고 정갈한 목소리는 거칠게 떨리며 불규칙적으로 끊어졌다. 고개를 숙이며 어떻게든 참아보려는 노력 끝에 터져 나온 인간적인 울음이었다. 맑은 울음은 많은 사람들을 울린다. 그 울음은 자신이 아닌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향했기 때문이다. ‘진도에 있는 당신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함께 있습니다’는 진심이 담긴 공감과 연대의 울음이었다. 라틴어에서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다. 기억해야만 진실이 밝혀진다는 뜻이다. 지금은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해야 할 때다. 오늘로 참사 발생 51일째다. 현재 172명이 구조됐고 288명이 죽었다. 두 명의 민간 잠수사도 죽었다. 아직까지 실종자 16명은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바닷속에서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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