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지방선거 승패를 가르는 기준은 17개 광역단체장 선거다. 하지만 이번 선거처럼 여야 간 전국적으로 접전을 펼치는 상황에서는 전국 민심의 축약판인 수도권 결과가 관건을 쥐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여기에다 정부ㆍ여당 텃밭인 부산도 심상치 않은 무소속 돌풍이 향후 정계개편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예의주시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여론조사 공표시한(지난달 28일) 직전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하면, 서울을 제외한 인천 경기 등 수도권 2곳과 부산에선 여야 간 혼전이 예상됐다. 이에 따라 무소속(부산 오거돈 후보)을 포함한 야당이 이들 지역 중에 3곳 이상을 차지할 경우 실질적 승리를 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당은 수도권 1곳 이상을 차지하되 부산을 '수성'해야만 어느 정도 체면치레가 가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서울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꾸준하게 10%포인트 이상 우세 구도를 유지해 왔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정부ㆍ여당에 대한 민심이 악화하면서 박 후보와 정 후보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이후 정 후보 아들의 ‘미개한 국민’발언이 결정적으로 추격의 발목을 잡았다. 이날 오후 9시 현재 초판 개표결과(개표율 0.33%)에서도 박 후보는 9,720표(60.1%)로 6,346표(39.3%)에 그친 정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나가면서 여론조사와 비슷한 민심 추이를 보였다.
인천은 여론조사상 새정치연합 송영길 후보의 백중 우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선거가 임박하면서 대표적 ‘친박’ 후보인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가 격차를 좁히며 따라붙는 양상이었다. 안전행정부 장관 출신인 유 후보는 ‘세월호 책임론’ 영향으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선거 막판 새누리당의 ‘박근혜 마케팅’을 발판 삼아 인천 선거를 예측불허의 판세로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유 후보는 오후 9시 현재 개표결과(개표율 0.82%) 5,125표(51.2%)를 얻어 4,697표(46.9%)를 얻은 송 후보를 근소하게 앞섰다.
경기는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꾸준한 우위를 보였지만 막판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의 추격이 가팔랐던 지역이다. 지난달 중순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남 후보가 10%포인트 이상 김 후보를 앞섰으나, 여론조사 공표시한 직전까지 김 후보가 1.3%포인트 차이까지 따라붙었다. 또 지난 1일 통합진보당 백현종 후보의 전격 사퇴로 야권의 반사이익이 작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면서 여야 공히 최대 접전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오후 9시 현재 개표결과(개표율 1.48%) 남 후보는 3만8,391표(52.3%)를 획득해, 3만4,919표(47.6%)를 얻은 김 후보를 앞섰다. 경기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가 위치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세월호 심판론’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부산은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의 심장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야권의 도전이 거셌다. 여론조사 결과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친박계인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에 백중 우세를 보이면서, 새누리당의 수성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만약 오 후보가 당선될 경우 영남의 민심 이반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으로, 여권 발(發) 정계 개편의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오후 9시 현재 초반 개표결과(개표율 1.21%) 서 후보는 9,875표(51.7%), 오 후보는 9,223표(48.3%)로 서 후보가 앞섰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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