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안산 단원고 인근 투표소에서는 세월호 희생자의 영정을 든 유족들이 투표에 참여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ㆍ실종자ㆍ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은 4일 오전 희생된 딸 예은양의 영정을 들고 단원구 선부3동 제6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그는 투표 후 페이스북에 “조금만 더 있으면 투표할 수 있다고, 얼른 스무살 돼서 투표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결국 이렇게 투표장에 가게 되었네요”라는 글을 남겨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역시 투표소를 찾은 김병권 대책위 대표는 “오늘 투표할 때 마음가짐은 그전과는 많이 달랐다”며 “투명하고 중심을 지킬 수 있는 사람, 사고 진상조사와 안산시민은 물론 실종자 가족에 대한 신경을 끝까지 써줄 사람을 뽑았다”고 말했다.
단원고 인근 고잔1동과 와동 투표소에서는 이번 참사로 불안감이 커진 ‘앵그리 맘’들의 투표 행렬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단원중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주부 박모(49)씨는 “같은 지역에 사는 아이들이 사고를 당한 것에 대해 안산 엄마로서 느낀 것이 많다”면서 “과연 달라질까 의문도 들지만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좋다는 생각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지지 정당이 바뀌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안산유치원에서 투표를 한 주부 김모(45)씨는 “세월호와 무관하게 소신껏 투표했다”며 “등록금 같은 교육비가 가장 중요하게 느껴지는데 내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돼 서민 경제에 귀를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산시 단원구는 총 26만1,100명의 유권자 중 12만4,892명이 투표에 참여해 전국 평균인 56.8%보다 9%포인트나 낮은 47.8% 투표율을 기록했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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