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Word Play (재미있는 말)
미국인 중에는 ‘He’s a painter.’라고 말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있다. 주택의 페인트칠공도 화가도 모두 painter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화가들은 직업적으로 painting을 해 온 입장에서 건축 분야의 페인트 공이 똑같은 용어를 쓰는 것에 대해 매우 못마땅해 한다. 용어의 잘못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정서를 감안하면 다른 말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찰관을 과거에는 Policeman policewoman식이었다가 이제는 police officer로 통일되는 것처럼 사용자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가장 좋은 용어로 바뀌는 시대다.
‘사진을 찍는 사람’의 명칭에도 논란이 있다. 사진사는 직업적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고 사진가는 취미나 다른 목적으로 ‘사진을 찍는 개인’을 지칭하는데 이를 두루뭉실하게 photographer라고 말하는 것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동네의 사진사들은 오히려 ‘portraitist라는 용어를 좋아하고 연필이나 잉크 파스텔 등으로 그리는 사람도 portraitist 용어를 더 선호하는 이유는 아마도 아마추어 느낌이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페인트칠하는 사람을 ‘미장이’(dauber)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는데 Dauber는 우리말로 ‘미장이’라고 하지만 영어에서의 쓰임을 보면 취미나 아마추어 견습생의 어감을 주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백화점인 상가에 가면 ‘고객’을 customer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드물게는 patrons, visitors도 있고 readers라고 하는 곳도 있다. Patron이 본래 ‘후원자’의 뜻이고 ‘고객’이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이 말 속에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어감을 가장 적게 갖기 때문에 ‘돈 쓰는 고객’이라는 의미를 적게 내포하고 그런 이유로 patron 용어를 선호하는 곳도 있다. 변호사는 회계사는 물론이고 인테리어 업계에서도 고객이라는 용어로 client를 선호하는데 그 배경에는 customer가 뜨내기 손님이나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고객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Customer는 가게에서 물건을 사거나 간단한 서비스를 받는 고객인 반면 client는 전문 서비스를 받는 고객으로서 꼭 돈을 주고 거래를 하거나 경제적 관점의 용어는 아니다. 그러나 이들 명칭과 용어의 선택 뒤에는 그 단어가 주는 ‘어감’과 정서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비행기 내에서 Stewardess! 라는 호칭 대신 ‘Excuse me!’ ‘Flight Attendant’로 대체되는 것도 모두 듣는 사람의 어감을 배려한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