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티니 회장·카타르 함맘 투표 직전 몰래 만났다" 보도
차기 회장 도전하는 상파뉴도 개최지 재투표 지지 의사 밝혀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한 카타르가 연이어 터지는 비리 의혹으로 코너에 몰리고 있다. 월드컵 선정 시 거액의 뇌물이 오갔다는 폭로에 이어 프랑스도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4일(한국시간)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모하메드 빈 함맘(카타르)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개최지 투표 직전에 몰래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플라티니 회장과 함맘 전 회장은 개최지를 선정하는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총 24명)이었다.
텔레그래프는 “함맘 전 회장이 플라티니 회장을 만나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에 힘을 써달라고 로비를 했다”면서 “프랑스가 유럽에서 처음으로 뇌물 추문에 휘말리는 국가가 됐다”고 밝혔다.
함맘 전 회장은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를 위해 FIFA 관계자들에게 수백만 달러를 살포했다고 의심을 받는 인물이다. 플라티니 회장은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과거 행동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또 플라티니 회장의 아들인 로랑 플라티니는 월드컵 개최지가 선정된 뒤 카타르 스포츠용품업체에 취직해 최고경영자로 활동하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플라티니 회장은 텔레그래프에 서한을 보내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함맘 전 회장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대화 주제는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가 아니었다”면서 “함맘 회장이 나보고 2011년 FIFA 회장 선거에 나서라고 권하는 자리였다. 집행위원들끼리 만날 수도 있는데 회동이 갑자기 이렇게 왜곡돼 놀랐다”고 주장했다.
카타르의 비리 파문이 일자 FIFA 안팎에서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재투표로 개최지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FIFA 회장직에 도전하는 제롬 상파뉴(56ㆍ프랑스)는 이날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모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재투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프랑스 외교관을 거쳐 FIFA 국장을 지낸 상파뉴는 내년 5월 열리는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지금까지 유일하게 출마를 선언한 인물이다.
FIFA는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뒤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출신의 변호사인 마이클 가르시아 FIFA 수석조사관은 2018 러시아 월드컵과 카타르 월드컵 선정 과정에 대해 지난 2년간 이어온 조사 보고서 작성해 9일 제출할 예정이다. 가르시아 수석조사관은 “보고서에는 그 동안 수집한 모든 증거물과 증언이 담길 예정”이라면서 “초점은 개최지 선정 과정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카타르 축구협회는 “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강력하게 부인하며 해당 매체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영어권 언론과 2022 월드컵 유치에 실패한 호주는 비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연일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2022년 월드컵 유치에 도전했던 대한축구협회는 FIFA의 공식 입장이 나온 뒤 의견을 내놓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카타르는 2010년 12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FIFA 집행위원 투표에서 한국, 미국, 일본, 호주 4개국을 제치고 2022년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다. 카타르는 1차 투표에서 11표로 한국(4표), 미국, 일본(이상 3표), 호주(1표)를 제쳤고 2차 투표에서도 10표로 한국, 미국(이상 5표), 일본(2표)을 앞섰다. 3차 투표에서는 11표로 미국(6표), 한국(5표)에 앞선 뒤 4차 투표에서 과반인 14표를 얻어 미국(8표)을 따돌리고 유치에 성공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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