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릴열도 반환 교섭 볼모로
국면전환 위한 일본 흔들기
블라디미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일본을 방문한 세르게이 나르슈킨 하원의장이 일본을 향해 구미의 제재에 굴하지 않는 독자적인 외교를 펼칠 것을 주문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서방 국가들의 여행금지 조치를 어기면서까지 입국을 허용한 나르슈킨 의장으로부터 쓴 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일본의 외교가 더욱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나르슈킨은 3일 도쿄도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서 우크라이나 정세와 관련, 일본이 대러시아 제재조치를 실시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 역사적으로 봐도 그런 제재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어떠한 제재도 비생산적”이라고 일본측을 비난했다. 나르슈킨은 “(대러시아) 제재는 우크라이나 긴장완화와 전혀 관계가 없이 이뤄지고 있고 경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며 “일본은 대국으로, 강한 힘을 가진 만큼 독자적인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대러 정책과는 다른 독자적인 외교 정책 추진을 요구했다.
나르슈킨은 이날 야마자키 마사아키 참의원 의장과의 회담서도 “일방적인 (제재)조치는 신뢰관계를 만드는 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본을 견제했다.
나르슈킨 의장이 작심한 듯 일본을 향해 쓴 소리를 퍼부은 것은 서방 국가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중인 일본 흔들기를 통해 국면 전환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베 신조 총리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교섭을 두고 러시아에 저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입장임을 나르슈킨은 잘 알고 있다. 일본이 서방국가들이 여행금지 대상에 포함시킨 나르슈킨을 방일을 전격 허용한 것도 9월 예정된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치르기 위한 궁여지책에서 나온 것이다.
2일 열린 만찬자리에서 친러파 정치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가 “11월 지바현에서 열리는 삼바대회에 푸틴 대통령을 초대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나르슈킨 의장은 “러일 관계를 보다 철저히 다져나가고 싶다”고 확답을 회피했다.
일본 언론은 “나르슈킨의 행보는 서방국가의 눈을 의식, 자신을 어정쩡하게 대우한 아베 총리에 대한 섭섭함의 표시”라며 “일본의 외교가 한층 고립될 위기에 놓였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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