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엣지 오브 투모로우’ 개봉 최근 배역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독특한 전개에 볼거리도 풍성
주인공이 미래형 전투복을 입었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적은 외계인이다.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지녔다. 백척간두의 상황에서 지구는 구원 받는다. 많이 봐온 공상과학(SF) 영화의 기본 틀이다. 여기에 배우의 얼굴 하나가 얹히면 좀 식상해진다. 톰 크루즈의 영웅적인 활약상을 내세운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여러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따지고 보면 크루즈가 최근 해낸 역할들은 두세 가지에 쏠려있었다. 외계인과 싸우는 전사이거나 서방의 안보를 책임지는 특수요원이었다. ‘오블리비언’(2013)에선 외계인의 치밀한 전략에 맞서 자신을 희생하며 절멸 위기에 놓인 인류를 구했고 ‘잭 리처’(2012)와 ‘나잇 & 데이’(2010)에선 정보기관 출신의 정체 모를 사나이로 등장했다.
대표작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특수요원으로서의 크루즈를 확연하게 상징한다. 빼어난 두뇌와 민첩한 몸으로 악당의 거대한 음모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그는 유머까지 발휘하는 여유를 보인다. 독일군 장교를 연기한 ‘작전명 발키리’(2008)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히틀러 암살을 추진하다 체포되는 슈타펜버그 대령은 크루즈의 영웅적인 면모를 역사적 사실에 기대 부각시킨다. 록 뮤지컬 형식의 예술영화 ‘락 오브 에이지’를 제외하면 크루즈의 스크린 속 행보는 누군가를 또는 인류를 구하는 임무로 귀결되곤 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도 외견상 신선하지 않다. ‘오블리비언’을 많이 닮았다. 크루즈의 영웅적인 이미지에 기대 인류와 외계인의 싸움이라는 좀 뻔한 내용을 전한다. 하나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그저 그런 크루즈표 영웅물에 그치지 않는다. 반복되는 시간과 기억의 재생이라는 설정으로 자신을 차별화한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외계 종족의 급습으로 인류는 멸망 앞에 높인다. 공보장교인 빌(톰 크루즈)은 뜻하지 않게 전세를 역전시킬 대규모 작전에 투입된다. 실전 경험이 없는 빌은 적과 맞서자마자 죽임을 당하는데 하루 전으로 다시 돌아가는 기이한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빌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위험을 헤치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험을 쌓고 적을 퇴치할 방법도 조금씩 깨닫는다. 전쟁 영웅 리타(에밀리 블런트)와 손잡고 적의 심장부까지 접근한다.
할리우드 대형 SF 영화들이 늘 그렇듯 볼거리가 제법 풍성하다. 빌이 참여한 작전은 여러 영화에서 묘사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떠올리게 한다. 특수 기능을 지닌 미래 전투복과 비행물체 등도 눈을 즐겁게 한다.
크루즈 영화의 국내 흥행은 2011년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757만5,899명)을 정점으로 내리막세를 보이고 있다. 소품이라 할 ‘락 오브 에이지’(9만926명)를 제외해도 예전만 못하다. ‘잭 리처’(78만4,031명)와 ‘오블리비언’(151만5,356명)의 흥행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쳤다. 크루즈가 SF 영화나 액션물에 집중적으로 출연하면서 관객들은 피로감을 느끼는 듯하다. 크루즈의 다음 작품들에서도 변신을 보긴 어려울 듯하다. ‘미션 임파서블 5’와 ‘잭 리처2’가 차기작이다. 과학기술을 숭배하는 사이언톨로지의 신자라서일까. 첨단기술과 액션을 접목한 영화에 대한 크루즈의 애착은 쉬 변하지 않는 듯하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로 ‘영웅’ 크루즈가 다시 국내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출발은 좋은 편이다. 공식 개봉(4일) 전날 저녁 전야제 형식으로 상영을 해 일일 흥행 3위(6만5,256명)에 올랐다. 상영 횟수는 1,317회로 1위(8만571명)를 차지한 ‘끝까지 간다’(2,552회)의 절반 수준이었다. ‘본 아이덴티티’(2002) 등을 연출한 더그 리만 감독. 12세 이상 관람가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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