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많은 제품인 음료수
매장 제일 안쪽 위치시켜
가지러 가며 주변 눈길 유도
값싼 껌 등은 계산대에 배치
고객에 잔돈 소비 이끌기도
유통업계가 소비자 지갑을 여는 ‘진열의 법칙’을 통해 불황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음료만 사러 갔다가 과자까지 사서 나오는 등 마트나 편의점에 들렀다 예상한 것보다 많은 걸 사서 나오는 경험은 모두들 한번쯤 있을 텐데요. 소비자들이 무의식 중에 물건을 집어 들기까지에는 고도로 계산된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편의점에 가면 음료수 매대는 매장 안쪽에 있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음료는 담배를 제외하고 가장 잘 팔리는 상품군입니다. 고객을 최대한 안쪽으로 유도해 그 과정에 다른 상품을 둘러보게 하고는 추가 구매를 일으키게 하려는 것이지요. 같은 이유로 자동화기기(ATM) 역시 매장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유통업체 자체브랜드(PB)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PB제품을 인기 있는 제조업체 브랜드(NB)제품 오른쪽에 놓는 경우도 같은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롯데마트에 가보면 ‘서울우유’ 옆에 롯데마트 PB상품 우유인 ‘세이브엘 우유’가 진열돼 있는데요. 오른손잡이가 많기 때문에 NB제품을 구매하면서 자연스럽게 손이 오른편으로 옮겨가 PB상품에 관심을 가지도록 한 겁니다.
관련 있는 상품을 같이 진열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편의점 CU는 냉장고에 있던 음료를 꺼내와 도시락 코너에 배치해 재미를 봤습니다. 김밥류ㆍ햄버거ㆍ샌드위치를 구매할 때 음료나 생수를 최대 500원 할인해주는 행사를 했는데, 같이 진열했을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매출이 68%가 높았습니다.
시기에 따라서도 상품 배치는 달라집니다. 술자리가 많은 연말에는 숙취해소음료를 눈에 잘 띄는 계산대 쪽에 배치합니다. GS25가 지난해 12월 한 달간 숙취해소음료를 계산대 쪽에 진열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매출을 비교했는데, 계산대 쪽에 진열했을 때가 매출이 23.4%나 더 잘 나왔습니다.
이 외에도 잘 팔리는 상품과 회전율이 높은 제품은 고객 눈높이 위치(매대 최상단)에, 카운터 쪽에는 남은 동전을 쓰게 할 수 있는 껌과 같은 ‘잔돈 지우개’상품들을 진열한다고 하네요. 유통업계야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거지만, 소비자들은 여기에 혹해 불필요한 물건을 사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채지선기자 letmeknon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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