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대표적 삼성전자 중심 지배구조 개편
李 부회장 경영권 안정적 확보에 기틀 첫 단추
이건희 회장이 지난 4월 귀국 후 결정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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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의 상장 추진을 계기로 향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뒤를 이어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강화하려면 삼성전자 중심의 지주사를 설립해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삼성에버랜드는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과거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고리형 순환출자구조의 핵심이었다. 각 계열사들이 최대 주주관계로 서로 물고 물리면서 한 계열사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나머지 계열사들의 경영권까지 장악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2011년 삼성카드가 보유하던 에버랜드 지분 17%를 KCC에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구조가 깨어지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단선형 구조로 바뀌었다.
단선형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계열사가 바로 삼성에버랜드이며,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지분 25.1%를 갖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여기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지분(3.72%)과 자매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의 지분(각 8.37%)까지 합치면 오너 일가의 지분은 45.56%에 이른다.
하지만 에버랜드가 상장 후 지주사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우선 기업 규모가 작고 그룹의 주력 사업과 거리가 있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에버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3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 333조9,000억원의 1%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에버랜드의 주력사업도 패션, 리조트, 조경 등이어서 그룹의 간판인 지주사 역할을 맡기에는 부적당하다는 지적이다. 그룹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세계에서 정보기술(IT) 기업으로 통한다”며 “그룹을 총괄하는 지주사라면 그룹의 메인 비즈니스와 여기 걸맞는 규모를 갖춘 기업에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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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세계 1위인 휴대폰, 메모리 반도체, TV 등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주주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228조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이 0.57%에 불과해 경영권 안정화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에버랜드의 합병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에버랜드의 사업부문은 그대로 두고 인적분할을 통해 양 사가 각각 지주사를 설립한 뒤 지주사들끼리 합병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에버랜드의 지주사가 삼성전자의 지주사와 합병하면 삼성전자의 보유지분을 확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자연스럽게 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날 계열사들도 보유중인 자사주나 계열사 지분을 삼성전자에 집중 매도하기로 해 전자에 힘을 보태줬다. 삼성SDI는 자사주 지분 4.8%를 3,441억원에, 제일모직은 자사주 207만주를 1,430억원을 받고 삼성전자에 5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도하겠다고 공시했다. 삼성카드도 이날 갖고 있는 제일모직 지분 4.67%를 1,690억원에 삼성전자에 시간외 대량매매방식을 통해 매각하겠다고 공시했다.
일각에서는 상장을 추진중인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합병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으나 그룹 내부에서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수년 전 양 사 합병 관련 TF팀을 만들어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룹 관계자는 “삼성SDS는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지 않다”며 “지배구조의 말단에 위치한 계열사여서 삼성전자와 합병이 큰 의미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삼성에버랜드 상장 계획은 이건희 회장이 4월 귀국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 사업 재편 등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작업”이라며 “에버랜드 상장을 포함한 일련의 조치들은 모두 4월에 이 회장이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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