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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안대희가 나오지 않으려면...

입력
2014.06.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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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변호사ㆍ서강대 로스쿨 겸임교수

지난주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를 받았다는 비판에 밀려 사퇴하는 모습을 변호사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 보았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2012년 7월 대법관직에서 물러났고 1년 수임제한기간이 풀린 2013년 7월 용산에 사무실을 열고 4명의 젊은 변호사를 고용, 5개월만에 16억원의 수임료를 벌어들였다.

사상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는 변호사 시장에서 안 전 대법관은 어떻게 변호사 4명을 고용해 사무실을 여는 베팅을 해 잭팟을 터뜨렸을까. ‘특별 변호사’의 시장을 정확히 보았기 때문이다.

보통 변호사 시장을 보자. 안 전 대법관이 개업했던 2013년의 변호사 1인당 평균수임건수는 약 24건, 월평균으로는 2건 정도였다. 매년 급증하는 변호사들의 경쟁으로 사건당 수임료는 기본적인 사건의 경우 건당 300만~500만원 정도다. 보통 변호사 1인당 월 매출이 평균 1000만원에도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웬만한 고위직 전관출신이라고 해도 연봉 5,000만원이 넘는 고용변호사를 4명이나 고용해 사무실을 열 생각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 ‘특별한 변호사’의 시장은 어떨까. 이용훈 전 대법원장, 박시환 전 대법관은 모두 월 1억원 내외를 로펌에서 받았다. 이들만 해도 보통 변호사의 10배가 넘는 수입을 올렸고, 그보다 몇 년 늦게 단독 개업한 안 전 대법관은 한달 3억2,000만원을 벌었다.

이들이 거액의 수임료를 벌어들인 것은 최고의 자리에 오른 실력과 경험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이것만으로 10배가 넘는 수임료의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그것은 확연히 다른 대법원 출신 전관변호사의 시장구조, 즉 심리불속행 제도에 있다.

심리불속행 제도는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면 정식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2011년도 상고사건 3만7,267건 중 68%가 심리불속행 판결을 받았다. 2012년 이후에는 50%대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절반이 넘는다.

2심에서 억울하게 패소한 당사자의 입장에서 돈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하고 인지대를 내고 상고했는데 승패는 고사하고 대법관이 심리조차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심리불속행이라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상고심을 맡은 사건의 심리불속행 기각율이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 대해 견고한 수요층이 형성되는 것이다.

한편 공급측면을 보자. 일단 공급원이 충분하지 않다. 우리나라 대법관은 대법원장을 포함하여 14명인데, 이들의 임기는 6년이다. 산술적으로는 한해 2명 정도가 임기만료로 퇴직하지만 실제로는 한 명도 퇴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2013년에는 퇴직 대법관이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최근에는 개업을 하지 않는 분들이 늘고 있다. 2010년 퇴임한 김영란 전 대법관은 서강대에, 2011년 퇴임한 박시환, 전수안 전 대법관은 각각 인하대와 공익법인에 자리 잡았다.

이런 추세로 가뜩이나 드문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더 귀한 몸이 되었다. 로펌들은 더욱 치열한 영입경쟁을 벌이고, 개업을 선택한 전직 대법관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와 수익을 가져다 주는 결과를 낳았다.

전직 대법관의 수임료 문제는 이런 법조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함께 봐야 풀 수 있다. 이런 구조가 계속되는 한 전직 대법관 수임료의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으리란 것은 자명하다. 기형적인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높은 수입을 올리는 전직 대법관만 탓할 수만은 없다.

심리불속행 비율을 낮추려면 대법관들의 사건 수를 줄여야 하고 그러려면 상고사건을 줄이거나 처리할 대법관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상고사건을 줄이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부작용이 있고 대법관을 증원하는 것은 대법원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최고의 존경을 받아야 할 대법관들이 거듭 곤경에 처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불행이다. 그 불행을 끊는 열쇠는 대법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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