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도록 공개적인 생활" 브라질TV 인터뷰서 밝혀
내달 러시아 망명 끝나지만 美정부가 전방위 송환 압박 새로운 망명지 물색에 고심
1년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통신정보수집을 폭로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에드워드 스노든은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브라질 글로보 TV와의 인터뷰에서 스노든은 “러시아인들이 어떤 식으로든 나를 감시하고 있다고 확신하지만 개의치 않는다”며 “거주지를 밝힐 순 없지만 놀랍도록 공개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다. 홍콩을 거쳐 러시아로 망명한 그는 세계 각지에서 오는 기부금에 의존해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든의 러시아 임시망명은 일단 7월로 끝난다. 브라질 등으로 망명지를 옮기기를 원하지만 미국의 송환 압박으로 여의치 않다. 러시아에 망명기간 연장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그가 모국인 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선 미국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 스노든을 ‘범죄자’로 보는 미국 정부의 입장 역시 확고하다. 정치권에서는 노골적인 신변위협 경고까지 나온다.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론 폴 전 하원의원(공화당)은 “미국 정부 내 누군가가 스노든을 순항미사일이나 무인기 미사일로 살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스노든은 유럽의회의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EFA) 그룹을 통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 그러나 스노든이 새 망명지를 물색한다 해도 당분간은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 보다는 통신망을 이용한 ‘화상 연설’ 등으로 대외활동을 계속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3월에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미디어·기술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인터랙티브 페스티벌’에서 미국민과 화상대화를 했다.
지난해 6월 스노든의 제보로 영국의 가디언과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폭로한 NSA의 불법정보수집 행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NSA가 ‘프리즘(PRISM)’이라는 감시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민 수백만명의 통화기록 등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해왔고, 영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 구성된 도·감청 시스템 ‘파이브 아이즈’(다섯개의 눈)를 운용하면서 국제 협업체계를 구축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동맹 및 파트너 국가 정상들의 휴대전화까지 도·감청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외교갈등으로까지 번졌다. 국가기관에 의한 국민 인권유린 실태와 적국ㆍ우방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국제 정보전의 민 낯을 드러낸 것이다.
스노든 자신은 안정적인 거주지를 찾지 못하고 쫓기는 신세지만 그의 폭로를 다룬 기자와 언론사는 성가를 높이고 있다. 가디언에서 이를 처음 보도한 글렌 그린월드 기자는 지난해 “꿈같은 기회를 맞았다”며 독립 언론매체 ‘인터셉트’로 이직했다. 가디언은 워싱턴포스트와 함께 미국 언론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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