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민족의 양대 세력인 파타와 하마스 통합정부가 2일 출범, 향후 중동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 이스라엘 관계 설정에서 정반대 길을 걸어온 두 조직의 통합 성패에 따라 중동 정세가 개선될 수도,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정파의 통합은 일단 이 지역 정세안정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7년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대부분인 서안지구(5,640㎢)를 통치하는 온건 노선 파타와 가자지구(365㎢)를 관할하는 강경 노선 하마스가 갈라진 뒤 내부노선 투쟁으로 이스라엘과의 분쟁이 더욱 격렬해졌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한 통합정부는 과도 내각의 한계를 조속히 극복하는 한편, 통합정부에 여전히 부정적인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올 연말 이후 총선을 치러 과도체제를 탈피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하마스측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는 지난 4월말 가자시티에서 파타 대표단과 통합정부 구성 방안을 논의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통합정부 구성 6개월 이후 선거를 치르기로 했으며 대선과 총선,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민족평의회 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계획대로 총선이 제대로 치러지고 그 결과에 따라 공식 내각이 출범할 경우 팔레스타인 통합정부는 조기 안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날 “과도 내각에서 이뤄진 두 정파간 협력 수준이 공식 내각으로까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과거 협력하기로 했던 합의들만 이행해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합정부는 총선 준비와 함께 이스라엘과의 중동평화협상 재개와 국제기구 가입 등 대외 정책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현재 중단된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상 물꼬를 하루빨리 트는 게 총선으로 정당성이 강화된 공식 내각의 협상력을 그만큼 높여주기 때문이다. AP통신은 “통합정부가 국제사회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국제기구 가입에서 일정 부부 성과를 낼 경우 독립국가 건설목표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전했다.
물론 단기적으로 통합정부 행보에는 험로가 예상된다. 이스라엘이 불인정 방침을 굽히지 않고 서안과 가자지구 사이의 분열을 조장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테러 집단인 하마스가 포함된 통합정부를 세계 각국이 인정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을 부정하는 하마스 때문에 통합정부도 테러행위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도 이와 관련,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관계회복이라는 ‘영원한 숙제’가 중동 평화 정착의 구심점이라는 점은 통합정부 출범 후로도 바뀌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통합정부와의 협력의지를 보이는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미국은 통합정부 구성인사가 기술관료 중심으로 모인데다 하마스와 연계된 장관이 포함되지는 않았다며 협력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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