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은 49재 준비하는데"…실종자 가족 가슴앓이 국조 특위 '반쪽 방문'에 "정치싸움 멈춰야"
"유가족들은 죽은 가족의 49재를 인천, 안산 등에서 준비한다는데…. 저희는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해서 어린 조카에게 부모의 죽음도 알리지 못했어요."
일가족이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사를 가다가 참변을 당한 권지연(5)양의 큰아버지 권오복(59)씨는 세월호 참사 발생 48일째인 2일 오후에도 여전히 진도 실내체육관 한 켠을 지키고 있었다.
권씨는 지난달 사고 당시 진도에 온 이후 한 번도 진도대교를 넘어가보지 못했다.
친척들이 주말마다 진도에 내려와 아직 못 찾은 권지연양의 오빠 혁규(6)군과 아버지 재근(51)씨에 대한 수색 상황을 전해듣고 권오복씨를 위로했다.
지연양도 지난달 29일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권씨는 "조카가 전보다는 활발해졌지만 미끄럼틀을 혼자 못 타고 엘리베이터 안에도 먼저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며 "이곳에 와서도 잘 뛰어다니다가도 좁은 방으로 들어가길 꺼려하고 무엇을 타고 왔느냐는 의사의 질문에 '배타고 왔다'고 대답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어린 아이라 부모와 오빠의 죽음을 알리지 못했다"며 "시신을 찾아야 말이라도 해주지"라며 안타까워했다.
딸이 주검으로라도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는 한 단원고 여학생의 어머니는 "시신이라도 찾은 사람이 부럽다. 혼자 남겨질까봐 그게 가장 두렵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호소했다.
그는 "돌아가지 말고 함께 남아 실종자들을 찾는데 힘써 달라"며 기자의 손을 꼭 붙잡기도 했다.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아내를 돌보며 실종된 딸 허다윤(17)양을 기다리고 있는 허모(50)씨 역시 "아픈 아내가 병원도 마다하고 체육관에서 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다른 가족들처럼 큰 소리로 '내 자식 찾아달라'는 말도 못하면서 혹시 우리만 마지막까지 남을까 가슴 졸이는 고통이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체육관에 체류 중이던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나온 야당 의원들을 만났다.
가족들은 "실종자 가족의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여야 의원들이 날짜 하나도 못 맞춰서 가족도 반도 없는 상태에서 와서 뭘 하는 거냐"며 "여당이든 야당이든 와서 가족들이 얼마나 아픈지 무엇을 도와줄지 먼저 묻는 것은 물론 가족들이 필요한 게 뭔지, 수색 대책은 뭐가 있을지 미리 준비해서 가져온 적 있느냐"고 지적했다.
가족들은 "정치 싸움, 선거 모두 필요없다"며 "여야가 원하는 게 뭔지가 아니라 실종자 가족을 위해 와서 며칠이 걸리더라도 이야기를 듣고 제시를 해줘야 진상규명도 하고 특검할 수 있을 것 아닌가"라며 여야가 함께 사태 해결 방법을 준비해 진정성을 가지고 진도에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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