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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이라는 화두

입력
2014.06.0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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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이후 보름간, 한 사이트의 검색어 1위가 ‘이민’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만큼 실감이 강했다. 누구와 만났든 몇이 모였든 어김없이 이민이 화제로 올랐으니까. 한숨이 섞인 빈말도 있었고, 고생 끝에 외국에 정착한 친척 이야기도 있었으며, 이민 생활을 접고 귀국하려다 세월호 때문에 마음을 바꾼 지인 이야기도 있었다. 한국문학을 전공한 S는 두어 해 전 이민 수속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알아보다 포기하고 말았는데, 그때 일이 다시 떠오른다고 했다. 자신에게 유일한 가능성은 배관공 자격증을 따는 것이었다나. 그 외에는 일단 나가 미등록으로 눌러앉는 수밖에 없더라는 것이다. “이민을 받아주려면 그쪽 나라에서 쓸모 있는 노동력이어야 하잖아. 아니면 사업을 벌여 일자리라도 창출할 수 있거나. 그런데 돈이 있어? 나이가 어려? 말이 통해? 할 줄 아는 거라곤 한국어로 쓰거나 가르치는 것뿐인데, 여기 벗어나면 그걸 어디다 써먹겠어?” 우리의 머릿속에는 블루칼라 판타지가 점점 부풀어 올랐다. 에라 더럽다 하고 훌훌 떠날 수 있으려면 용접이든 미용이든 몸 쓰는 기술 하나 익혀야 한다며 주억거렸고, 일찍 깨달았다면 인생이 달라지기라도 했을 것처럼 아무나 어린 사람을 붙잡고 설교라도 늘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환멸이 깊어가는 시절, 육체노동의 고달픔을 모르는 책상물림은 이런 넋두리로나마 다른 세상을 상상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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