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없는 국왕의 자진 퇴위가 경제난과 겹치면서 분노한 스페인 국민 사이에서 군주제 폐지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상당수 시민들은 아예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재정 위기에서도 호화 해외여행을 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기가 급락한 후안 카를로스(76) 스페인 국왕이 퇴위 의사를 밝힌 2일 스페인 전역 60여개 도시에서 군주제 폐지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수도 마드리드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는 2만명(경찰추산)이,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엔 수 천명이 모여 ‘스페인의 내일은 공화국’, ‘왕 없는 개혁’과 같은 구호들을 외쳤다. 또 스페인 이외 다른 유럽과 남미 국가 30여개 도시에서도 이들에게 동조하는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온라인에서도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일부 청원에는 최대 11만3,000여명이 서명을 한 상태다.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창당 넉 달 만에 5석을 확보해 급부상한 스페인의 좌파정당 ‘포데모스’(Podemos·우린 할 수 있다)도 트위터 등을 통해 군주제 폐지를 위한 국민투표를 지지하고 나섰다.
한편 스페인과 달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다스리는 군주제 국가 영국에서는 왕실의 권위에 어떤 영향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카를로스 국왕(76)보다 12살이나 많지만, 대다수 영국인들은 국왕이 사망해야만 승계가 이뤄지며 왕의 책무는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왕실사학자 휴고 비커스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왕위 양도는 금기시되는 일”이라며 “여왕의 조기 퇴위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