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뛰어난 인재 많아 아시아 생산기반으로 삼을 것”
“소재 기술 개발은 기업 혼자 힘으로 될 일이 아닙니다.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통해 대학, 관련 기관, 심지어 경쟁 기업의 힘을 모아야 기술 진보가 가능합니다.”
벨기에에 본사를 둔 150년 역사의 글로벌 화학소재기업 솔베이의 장 피에르 클라마듀 회장은 2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최근 소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국내 기업들을 향해 ‘열린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솔베이는 1863년 벨기에 화학자 어니스트 솔베이가 세웠다. 그는 소다회(Soda ash)로 알려진 공업용 알칼리 탄산나트륨을 기존 방식보다 경제적으로 만드는 공법(솔베이법)을 개발해 근대 제조업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56개 나라에 종업원 수 2만9,400명에 이르는 솔베이는 화학은 물론 에너지 환경 자동차 환경 전기 전자 등 사업 부문에서 지난해 99억4,000만 유로(약 14조4,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지금도 공동 창업자 5명의 후손 3,000여 명이 주주로 참여해 경영에 참여하는 독특한 가족 기업이다.
클라마듀 회장은 솔베이의 장수 비결은 “150년 동안 쌓아 온 수 많은 원천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끊임 없이 혁신을 추구하고 있어서”라며 “매출의 90%가 세계 3위 안에 드는 사업 분야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마침 이날이 화석 연료 없이 세계 최초로 태양광 만으로 날아가는 ‘솔라 임펄스’ 프로젝트 2탄 비행기가 첫 세계 비행을 하는 날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무모해 보일지 몰라도 오메가 쉰들러 ABB 등 여러 기업과 함께 또 다른 신기원을 만들고 있다”며 “솔라 임펄스 프로젝트에는 6,000여 개 부품, 25개 애플리케이션, 11개 제품 등 솔베이의 기술력이 집약됐다”고 자랑스럽게 밝혔다.
솔베이 혁신의 밑바탕에는 창업자 솔베이가 1911년부터 알버트 아인슈타인, 여성 최초 노벨상 수상자 마리 퀴리(퀴리 부인), 막스 플랑크 등 세계적 물리, 화학자들을 모아 공동 연구개발을 위해 만든 ‘솔베이 회의’ 가 자리 잡고 있다. 이 회의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만 18명. 지금도 2년에 한 번씩 세계적 물리, 화학자들이 모여 연구개발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솔베이가 240억원을 투자해 이화여대 산학협력관에 3일 문을 여는 ‘이화ㆍ솔베이 연구혁신(R&I) 센터’ 도 대학, 연구기관, 기업 등으로 구성된 강력한 연구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이차전지 소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타이어와 자동차 차체용 플라스틱 등 첨단 소재 기술 개발을 위한 핵심 기지가 될 전망이다.
클라마듀 회장은 “솔베이의 17개 사업 부문 중 특수화학 사업본부와 연구개발 조직이 서울의 이대 캠퍼스 안에 들어왔다”며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디스플레이 등에서 한국 전자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한국의 기술력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솔베이는 최진호 이대 교수팀과 함께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미래형 금속 공기 전지 개발에 관한 연구’ 등 4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는 현재 글로벌 화학 시장 수요의 50%가 발생하는 아시아에서 연 평균 4% 이상 증가 할 것이라며, “뛰어난 인재들이 많은 한국은 아시아 중요한 생산 기반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솔베이는 2017년까지 약 1,200억원을 한국에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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