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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퇴직 후 가장 오래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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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퇴직 후 가장 오래 일한다

입력
2014.06.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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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은퇴시기 세계 상위 男 71.1세, 女 69.8세 노후 준비 못한 생계형 선진국은 은퇴 빨라져

30여 년간 제지회사에서 일하다 2009년 정년 퇴임한 박헌수(64)씨는 부동산개발 관련 컨설턴트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은퇴한 친구들이 청소나 경비업으로 전업한 것에 비해 운이 좋은 편이었지만, 임금은 은퇴 전의 20~30%에 불과했다. 평생 현장 기능공으로 쌓은 재주를 썩히는데다, 보수마저 줄어들자 은퇴 후 재취업한 중장년을 위한 노동조합인 ‘전국시니어노동조합’을 조직했다. 박 위원장은 “720만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고 있지만 노년층 복지는 매우 취약하고 늙어서도 일을 해야 해 장수가 축복이 아닌 재앙으로 닥쳐오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남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정년퇴직 이후에도 가장 오래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선진국들은 정년퇴직 이전에 조기 은퇴하는 경우가 많아 대조를 이뤘다. 우리나라 60세 이상 중고령 세대는 산업화를 통한 국가 경제 성장을 이끌었지만, 정작 자신의 은퇴 후 노후 대비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2일 OECD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남성의 유효 은퇴연령은 평균 71.1세로 멕시코(72.3세)에 이어 회원국 중 2위를 기록했다. 유효 은퇴연령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빠져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나이로, 실질적인 은퇴 시점을 뜻한다.

이번 집계에서 남성의 유효 은퇴연령이 70세가 넘은 곳은 멕시코와 한국뿐이었다. 이어 칠레(69.4세), 일본(69.1세), 포르투갈(68.4세) 순으로 유효 은퇴연령이 높았고, 룩셈부르크(57.6세), 벨기에(59.6세), 프랑스(59.7세) 등은 60세가 채 되기도 전에 일을 그만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은 64.2세였다.

한국 남성은 실질적인 은퇴 시점이 정년퇴직으로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공식 은퇴연령(60세)과 11.1세 차이가 나 OECD 회원국 중 격차가 가장 컸다. 정년퇴직 후에도 실질적으로는 가장 오래 일한다는 뜻이다. 멕시코는 유효 은퇴연령이 72.3세로 가장 높았지만 공식 은퇴연령이 65세여서 그 격차는 7.3세(2위)였다.

반면 룩셈부르크는 유효 은퇴연령(57.6세)이 공식 은퇴연령(65세)보다 7.4세 낮았다. 노르웨이, 아일랜드, 캐나다, 영국 등 유럽 선진국 대부분이 공식 은퇴 연령보다 유효 은퇴연령이 낮아 정년을 채우지 않고 일을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국가들의 경우 20대 초반 취업해 40여 년 간 국민연금 등으로 노후준비를 할 수 있는데다 맞벌이가 일반적이어서 은퇴 후 연금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27개국 중 고령자의 실질 은퇴 시점(남성 기준)이 1965년 보다 늦춰진 곳은 우리나라(65.5세→71.4세)와 칠레(69.3세→69.4세)밖에 없었다. 일본(72.6세→69.1세)을 포함한 나머지 25개국은 모두 은퇴 시점이 앞당겨졌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는 문화가 정착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은퇴 후 생계형 근로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한국은 취업 연령이 늦은데다 상대적으로 늦은 1988년에야 국민연금이 도입됐고, 그나마 여성 가입률이 낮아 노후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정부의 노인 빈곤 대책도 미흡해 유효 은퇴연령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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