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소방서장 "화재 초기 진압이 잘 돼 구조 20여분에 끝났다" 통화 녹음파일 기록엔 40분 뒤에도 다급한 외침 "119 별로 없어 구조 못해"
전남 장성군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화재를 진압한 소방당국이 구조 시간도 실제보다 단축해 발표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손목 결박은 없다”던 애초의 경찰 발표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등 화재사고 상황과 구조 대응에 대한 발표에 불신이 높아지면서 피해에 대한 책임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민호 담양소방서장은 지난달 28일 화재를 진압한 후 기자들에게“소방 인력이 현장에 도착한 지 20여분 만에 병동 안에 있던 환자가 모두 구조됐다”며 “초기 대응이 아주 잘 됐다”고 설명했다. 당일 오전 0시27분 화재신고를 받고 삼계119안전센터 소방사 2명과 운전기사 1명이 오전 0시 31분 최초로 현장에 도착한 후 늦어도 오전 1시쯤엔 모든 환자를 병동 밖으로 탈출시켰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일보 기자와 당시 구조작업 중인 경찰관 사이에 이루어졌던 휴대폰 통화 녹음파일에는 오전 1시13분쯤 한 남성(경찰관 추정)이 다급한 목소리로 “사람, 사람. (병동) 안에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119가 별로 없어서 구조를 못합니다”라고 외치는 말이 기록됐다. 화재는 6분 만에 진압됐지만 유독가스가 찬 병동 안에 여전히 노인 환자들이 남아있는데도 구조대원이 부족해 밖으로 탈출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방 관계자들끼리도 구조완료 시간에 대해서는 말이 엇갈렸다. 담양소방서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환자들을 구조한 시각은 대략 오전 1시6분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계119 소속 3명이 현장에 도착한 후 두 번째로 월야119안전센터 소방관 2명이 도착한 것은 10분이 지난 오전 0시41분이어서 얼마 안 되는 인력이 20여분 만에 초기 화재를 진압하고, 연기가 자욱한 병동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 30여명을 대피시키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상당수 환자들이 침대에 손목이 묶여 있었던 것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어 결과적으로 짧은 시간에 큰 피해를 낳았다.
앞서 전남 소방본부가 화재 당일 구급차 출동 요청을 약 1시간 동안 14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하는 바람에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에 2시간까지 걸린 사례(본보 2일자 12면)도 드러났었다. 일각에선 “소방 당국이 구조가 늦어진 데 대한 질책을 피해 가려는 것이거나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성=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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