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못지않게 중요한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고승덕 후보의 느닷없는 가족문제로 유례없이 불편한 선거로 전락하고 있다. 개인의 삶을 윤리적으로 재단하는 일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서로의 공방이 오가는 상황에서 후보의 도덕성을 섣불리 재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울의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스스로 ‘윤리의 판관’이 돼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말았다.
고 후보의 가족문제는 친딸인 캔디 고(한국명 고희경ㆍ27)씨가 지난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서울 시민에게’라는 글에서 ‘자녀조차 돌보지 않은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면서 불거졌다. 캔디 고씨는 고 후보가 2002년 이혼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차녀 박유아씨와의 사이에 둔 딸이다. 이혼 전부터 어머니와 함께 미국에 거주해온 캔디 고씨는 글에서 “(아버지인) 고씨는 (자신 등이 미국으로 이주한 후) 우리 모두와 더 이상 연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버지에 대한 상실감도 드러냈다. “전화나 인터넷이 있었지만 저나 동생에게 잘 있는지 연락 한 번 하신 적이 없다”며 “생일 선물을 받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 고 후보가 자녀교육법을 강연하고 다닐 당시엔 “화가 났다. 왜냐하면 그는 자기 자식들을 교육시키지 않았고, 전혀 돌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 후보는 “모든 것이 나의 부덕의 소치”라면서도 경쟁자인 문용린 후보가 자신의 가족관계를 악용하여 공작정치를 하고 있다며 몇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자 문 후보는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반박했다. 우리는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정책이나 공약은 실종된 채 후보의 개인적 가족문제가 최대의 이슈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선거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후보의 윤리와 도덕성을 각자의 주장을 통해서만 판단해야 하는 형편이다. 고승덕 후보나 문용린 후보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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