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국정조사가 시작과 동시에 비틀거렸다.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어제 첫 일정으로 진도 팽목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여당의 급작스러운 불참 통보로 야당 위원들만 현장을 찾았다. 야당위원의 현장 방문은 국조특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 힘들어 사실상 첫날 국정조사 일정이 완전히 헛바퀴를 돌았다.
대신 여당의 돌연한 불참을 둘러싼 여야 공방전이 뜨거웠다. 특위위원장인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풍랑이 거세 바지선이 철수했고, 유족과 실종자 가족도 날을 다시 받아 오라고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야당 간사인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현장 대책본부에 전화를 걸어 5일에 가겠다고 먼저 얘기했다고 한다”며 “우리와 아무런 상의 없이 일정을 바꾸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작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애초에 팽목항 방문 일정이 유족 및 실종자 가족의 요청에 따라 잡혔고, 유족 대표가 즉각 여당 설명을 부인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일방적 일정 연기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은 “일방적으로 일정이 변경됐으며, 진도군청의 정부측 범대본에서 일정 변경을 알려왔을 뿐”이라고 밝혔다.
어제 국정조사 파행은 내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의 정치적 이해타산의 결과일 뿐이다. 돌연한 불참과 일정 변경에 따른 유족과 야당,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더라도 지방선거 전에는 팽목항에 ‘정부ㆍ여당을 비난하는 마당’을 펼칠 수 없다는 뜻이다. 야당이 ‘세월호 참사 정부ㆍ여당 책임론’을 핵심 선거전략으로 삼아온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당이 이런 태도를 보여서야 속이 좁아도 너무 좁다. 애초에 침몰사고의 이유와 경위, 구조 실패 과정에 대한 공식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조사에 합의할 때 여당은 지방선거에 미칠 어느 정도의 악영향은 감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대신 여당의 당당함과 포용력으로 국민의 정치적 신뢰를 되찾아 후일을 기약하자는 판단이었다. 아무런 소득 없는 뻔한 속셈으로 국민적 불신만 보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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