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기 절반도 없는데...
여야 함께 다시 오라"
냉랭한 목소리로 돌려보내
“실종자 가족이 절반 넘게 여기 없는데 국회의원들은 왜 내려왔나요?”
세월호 침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시작된 2일 특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 들어서자 아직도 실종 상태인 안산 단원고 조모(17)양의 어머니 이모씨가 쓴소리를 내뱉었다. 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첫날부터 ‘네탓 공방’을 벌이며 진도 방문 일정조차 조율하지 못한 데 따른 비판의 목소리였다. 실종자 가족들의 면담을 위한 진도 방문은 이날 오전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새정치민주연합 8명, 정의당 1명 등 야당 의원들만 참여했다.
진도 실내체육관 입구 식당에서 진행된 면담에는 실종자 4명의 가족들만 참석했다. 전날 특위 위원들의 방문을 연기한다고 통보 받은 다른 가족들은 병원에 가거나 집을 정리하기 위해 안산과 서울로 떠났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여야 위원들이 합의한 뒤 다시 진도를 방문해 실종자 가족들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격앙된 목소리도 나왔다. 한 실종자 학생의 어머니는 “지금까지 특별법과 진상조사를 준비했다면서 날짜 하나 못 맞춰 오는 게 말이 되느냐. 대책도 없이 와서 몇 시간 있다가 가면 우리 상황이 어떤지 제대로 알 수 있겠냐”고 위원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다른 실종자 가족은 “맞을 각오를 하면서 실종자 가족을 한 명씩 제대로 만난 위원이 누가 있느냐”며 “특위 위원 중 한 명이 실내체육관에 상주하면서 가족들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배의철 변호사는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위원들의 말을 가족들에게 전했다.
위원들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난 후 팽목항으로 이동, 해경으로부터 수색 구조상황 설명을 들었다. 가족들이 실종자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던 부둣가에서 위원들은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야당 국정조사 특위 진도 팽목항 결의문’을 낭독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의혹과 문제점에 대해 성역 없는 진실 규명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야당 간사인 김현미(새정치연합) 위원은 실종자 16명의 이름을 부르며 울먹이기도 했다.
우원식(새정치연합) 위원은 “국정조사 첫날 팽목항에 와서 마음을 다지고, 이야기를 듣겠다는 실종자 가족들과의 약속을 지키러 온 것”이라며 “대책을 마련해 내려오라는 가족들의 말을 마음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정진후(정의당) 위원은 “다시는 이런 재난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진도군청 상황실을 방문해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들을 만난 위원들은 오후 4시 40분쯤 서울로 돌아갔다.
진도=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