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타당성 조사 결과 4곳 모두 ‘부적절’판정 업무정지·자격취소 될 듯
재벌 2세와 유명 연예인 등 내로라하는 부유층이 살고 있다는 서울 용산 남산 자락의 귀족 임대아파트 ‘한남더힐’. 2009년 청약 당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임대 후 분양 전환’ 방식을 택했는데, 분양 시작과 함께 시행사(한스자람)와 입주민(세입자) 간의 분양가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같은 332㎡(100평) 아파트를 놓고 분양가를 높게 받으려는 시행사와 조금이라도 낮추려는 입주민 간 감정가 차이가 무려 50억원이나 차이가 나며 ‘고무줄 감정평가’ 논란이 들끓었던 상황. 급기야 국토교통부가 나서서 적정가격을 제시하고 감정평가법인에 중징계를 내리기로 했지만, 양측의 싸움은 점점 더 진흙탕 양상으로 번져가는 모습이다.
국토부는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한남더힐 분양가 감정평가에 참여한 4개 법인에 대한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를 벌인 결과 4곳 모두 ‘부적정’으로 판정됐다고 2일 밝혔다. 시행사 측 감정가는 너무 높고, 입주민 측 감정가는 너무 낮아 모두 적정하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국토부는 이 결과를 토대로 이달 중 감정평가징계위원회를 열고 양측 감정사와 감정법인에 징계를 내릴 예정. 국토부는 “강력한 처벌을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감정평가법인은 업무정지와 과징금 부과, 감정평가사는 자격취소가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용산구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11만1,511㎡)에 지하2층, 지상2층~12층 600세대 규모로 지어진 고가 임대아파트 한남더힐은 지난해 7월 의무 임대기간(5년)의 절반이 지나 분양전환에 들어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시행사가 의뢰한 감정평가법인과 입주민들이 의뢰한 감정평가법인의 분양가 차가 최소 1.5배에서 2.7배(332㎡의 경우 3.3㎡당 세입자 측 2,904만원, 시행사 측 7,944만원)까지 차이가 나면서 감정평가의 적정성을 놓고 논란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600세대 총 감정평가액도 세입자 측은 1조1,699억원, 시행사 측은 2조5,512억원으로 1조원 이상 차이가 났다. 결국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시행사 측의 감정평가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국토부에 민원을 제기했고 국토부 의뢰를 받은 감정원이 6월 초까지 타당성을 조사했다. 감정원이 제시한 600세대의 적정 감정평가액은 1조6,800억~1조9,800억원이었다.
문제는 감정원이 내놓은 적정가조차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감정평가법인에 중징계를 내려도 분양가 산정을 위해선 입주자 측과 시행사 측을 대표하는 민간 감정평가법인이 다시 감정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양측 간 감정평가 가격 차가 수용하기 힘든 수준이면 똑같은 논란이 재연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갈등은 더 확산되는 모습이다. 세입자들로 구성된 분양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토부가 시행사와 결탁해 그들이 폭리를 취하도록 승인해주는 우를 범했다”고 반발했다. 입주민들은 시행사측이 감정평가를 다시 해도 분양가를 낮추지 않는 이상 분양 전환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감정평가 시장도 뒤숭숭하다. 한국감정평가협회는 “감정평가 시장에서 경쟁 상대인 한국감정원이 다른 업체의 평가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하는 것이 정당하냐”며 반발했고, 징계 대상이 된 감정평가법인 관계자는 “자칫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는 만큼 최악의 경우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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