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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 정계 입문? 제2의 레이건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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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 정계 입문? 제2의 레이건 꿈꾼다

입력
2014.06.0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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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 정계 입문? 제2의 레이건 꿈꾼다

‘조지 클루니가 미국 대통령을 꿈꾼다?’

미국 영화계는 2012년 영화 킹메이커 감독이자 주인공이었던 클루니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마이크 모리스 역을 직접 맡았던 클루니는 선거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정치계를 비판하는 영화 킹메이커를 직접 연출했다. 클루니가 연출한 컨페션과 굿나잇 앤 굿럭 등은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영화였기에 클루니가 나중에 정계에 입문할 거란 소문이 퍼질 수밖에 없었다.

세계적인 영화배우인 클루니는 오래 전부터 사회활동에 참여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9년 클루니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했을 정도다. 수단 정부가 2010년 민간인을 학살하자 클루니는 학살 증거를 제시하며 비판해왔다. 남수단 독립(2011년)에 공헌한 클루니는 2012년 워싱턴에 있는 수단 대사관 앞에서 민간인 학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적도 있다.

할리우드 매력남 클루니가 정계에 입문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데일리 미러는 5월 31일(한국시간) 할리우드를 정복한 클루니가 시선을 정치에 돌렸다며 클루니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선거운동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보도했다. 클루니가 폴리테이너(Politainer)로 변신한다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과 경쟁할 가능성이 생긴다.

폴리테이너란 정치인(Politician)과 연예인(Entertainer)의 합성어로 연예인 출신 정치인을 뜻한다. 프로레슬러이자 영화배우였던 벤투라가 1998년 미네소타 주지사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당선되자, 미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슐츠가 1999년 벤투라와 새로운 세계의 용감한 폴리테이너 정치학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과 필리핀 대통령이었던 조지프 에스트라다는 대표적인 폴리테이너로 손꼽힌다.

배우로서 시작은 미약했으나 정치인 레이건은 창대했다.

레이건(1911~2004년)은 라디오 아나운서로 일하다 1937년부터 할리우드에서 약 5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배우로서 성공하지 못했던 레이건은 1947년 미국노동총연맹 영화배우협회 회장이 됐고, 1962년 공화당에 들어가 강경한 보수주의자로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레이건은 1980년과 1984년 대통령 선거에서 연거푸 당선됐다.

레이건은 대통령으로 취임할 무렵부터 잇단 말실수로 곤욕을 치렀다. 코미디 소재로 전락했던 레이건 대통령은 이미지를 관리하면서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정치인이 됐다. 레이건은 조세감면과 사회복지 지출을 억제한 정책 레이거노믹스로 인기를 얻었으나 재정 및 무역 적자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백악관 출입기자가 “천국행 표를 한 장만 갖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레이건 대통령은 “바로 찢어버리겠다”고 대답한 적 있다. 왜 그렇냐는 질문에 “오닐과 함께 갈 수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민주당 오닐 하원의장은 온갖 법률과 예산안에 퇴짜를 놓던 눈엣가시였다. 영화배우 출신답게 고급 정치쇼에 능했던 레이건은 아직까지 미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 주인공이었던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2003년 공화당 소속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돼 레이건의 전철을 밟는듯했다. 그러나 2011년 가정부와 불륜 때문에 아내와 별거하면서 정치적인 위상도 뚝 떨어졌다.

에스트라다는 배우로 대성공했으나 대통령으로선 실패했다.

에스트라다는 1956년부터 영화계에 뛰어들어 인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1969년부터 산후안 시장이 됐고, 1987년 상원의원을 거쳐 1992년엔 부통령이 됐다. 에스트라다는 1998년 서민의 지지를 앞세워 필리핀 역사상 최다 득표율로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에스트라다의 발목을 잡았다. 필리핀 상원의회가 탄핵 절차를 밟자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2001년 1월 20일 스스로 사임했다. 필리핀 법원은 2007년 에스트라다에게 종신형을 선고했으나 당시 아로요 대통령은 에스트라다 지지자를 회유하고자 사면했다.

경제 위기로 수년간 홍역을 치른 유럽에선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도 등장했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존 크나르(Jon Gnarr) 시장과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 베페 그릴로 대표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에 정치를 풍자하던 코미디언이었다.

크나르 시장은 아이슬란드 정치에서 총리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가졌다. 크나르 시장은 2010년 시장 선거에 출마해 ▲수영장에서 공짜로 수건을 제공 ▲동물원에서 북극곰 사육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은행이 연쇄 도산하는 금융위기의 절정에 등장한 코미디언은 공약을 발표하면서 “정치인이 반드시 공약을 지켜야 하진 않는다”면서 “선심공약을 마구 내걸지만 지켜지리라곤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크나르 시장은 선거 기간에 “다른 당은 부패를 숨겼지만 우리는 부패를 드러내겠다”고 말해 유권자를 웃겼다. 재선이 유력했던 크나르 시장은 지난해 출마 포기를 선언했고 지난달 임기를 마쳤다.

“만일 내가 재선된다면 정치인이 될 것이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라 코미디언이다. 코미디언으로서 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조크와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 너무 커졌고 심각해졌다. 장난을 그만두고 내 자리로 돌아갈 때가 됐다.”

이탈리아에서 정치 풍자 방송으로 미운털이 박힌 그릴로 대표는 2013년 선거에서 하원의원 630명 가운데 104명, 상원의원 315명 가운데 40명을 배출했다. 군소정당이 난립하는 이탈리아에서 경이로운 결과였다. 그릴로는 “모든 정치인은 오로지 공복(公僕)으로서만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당과 정치인에게 지급되는 선거 보조금을 중단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하자고 외쳤다.

로마 제국의 후예 이탈리아에 코미디언 출신 폴리테이너 총리가 등장할지, 세계 최강국 미국에 사회운동에 앞장선 영화배우 출신 폴리테이너 대통령이 탄생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상준기자 ju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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