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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장성 요양병원 환자 결박' 알고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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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장성 요양병원 환자 결박' 알고도 숨겼다

입력
2014.06.0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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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경찰관 조사 안 해

목격자 진술받고도 쉬쉬

지난 30일 오후 화재로 21명이 사망한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사랑 요양병원를 방문한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0일 오후 화재로 21명이 사망한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사랑 요양병원를 방문한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화재 당시 별관 2층 병동 입원환자 상당수가 손목이 침대에 묶여 있었다는 사실(본보 5월30일자 1면)을 경찰이 확인하고도 이를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구조작업에 나선 경찰관이 직접 가위로 결박 끈을 자르고 환자를 건물 밖으로 대피시켰는데도 경찰은 해당 경찰관에 대해 조사도 하지 않아 부실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남 장성경찰서 간부 A씨는 2일 한국일보와 만나 “화재 당시 현장에 오전 0시 42분쯤 도착해 구조작업에 합류했는데, 일부 환자의 손발이 침대에 끈으로 묶여 있어서 직접 가위로 절단한 뒤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구조작업에 나섰던 또 다른 직원 B씨도 “당시 일부 환자가 침대에 누워 있는 상태로 침대째 구조됐는데 답은 한가지(결박) 아니겠냐”고 말했다.

당시 구조작업 중인 경찰관과 기자 사이에 이뤄졌던 휴대폰 통화에서도 결박을 풀기 위해 가위를 찾는 목소리가 녹음돼 있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화재 당일 오전 1시11분쯤 이 경찰관 주변에서 누군가(경찰관으로 추정)가 다급한 목소리로 “여기, 가위!” “아까 가위!”라고 수차례 외치며 신체 억제대를 절단할 가위를 애타게 찾았다. 손목 등이 결박돼 있던 환자가 최소 두 명 이상이었고, 경찰도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경찰은 화재 당일 유족들이 환자들의 손목 결박 의혹을 제기하자 “환자들의 손이 묶여 있는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부인하다가 사흘 뒤인 지난달 31일에야 최초 출동 경찰관 6명 중 4명에 대해 결박 여부 등을 조사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관들로부터 “손이 결박돼 있는 환자를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런 진술을 받아내고도 쉬쉬하다가 이날 한국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신체 억제대를 누가 가위로 잘랐는지, 결박 환자가 몇 명이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경찰은 “거짓말탐지기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조사하겠다”고 해놓고도 정작 환자 손목에 묶여 있는 신체 억제대를 절단한 A씨에 대해서는 조사도 하지 않았고 병원 관계자와 소방대원 등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미루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을 상대로 조사하기 전까지는 (환자 결박 사실을) 몰랐고 또 확인절차가 끝나지 않아 밝힐 수 없었다”며 “사망자들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나오면 명확히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장성=안경호기자 khan@hk.co.kr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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