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둡고 강한 인물의 결정판 보여 주자는 각오로 찍어
4개월 간 몸 만들었는데 액션신은 표정에만 집중"
장동건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위험한 관계’ 이후 2년 만이다. 신작 제목은 ‘우는 남자’다. 온기 없는 킬러 곤을 연기했다. 어릴 적 미국에 버려진 곤이 우연히 젊은 여성 모경(김민희)을 통해 모성애를 깨닫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피가 흥건한 총격전과 격렬한 몸짓이 대사를 덮는다.
곤은 순하고 정의롭기 이를 데 없는 마라토너 준식(영화 ‘마이웨이’)이나 매너 좋은 전문직 남성 도진(TV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풍모와는 딴판이다. 영화 ‘위험한 관계’의 바람둥이 셰이판처럼 뜨겁지도 않다. 하지만 2일 오후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여전했다. 수줍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답변을 이어갔다.
장동건은 ‘우는 남자’의 시나리오를 지난해 봄 처음 접했다. “멜로를 떠올리는 촌스럽고 투박한 제목이 처음엔 의아했다”고 했다. 완독한 뒤는 달랐다. 이정범 감독을 만났다. 첫 만남에서 바로 출연 의사를 밝혔다. 장동건은 “개인 취향이 많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런 어두운 영화는 남자 배우들 입장에서 일종의 로망”이라고 덧붙였다. “완성도 있고 설득력 있게 그리기 쉽지 않아 출연을 망설여 왔는데 이 감독에 대한 신뢰가 컸다”고도 했다. 이 감독은 2010년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628만2,774명)인 액션영화 ‘아저씨’를 연출했다.
액션영화라 오랜만에 운동을 개시했다. 4개월 반 가량 1주일에 4일, 하루에 4시간씩 몸을 다졌다. 첫 두 달은 요즘 유행하는 충무로 액션 경향에 맞춰 몸을 만들었는데 이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멋있게 찍어줄 생각이 전혀 없고 액션을 할 때도 얼굴에 집중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곤은 말 대신 눈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역할이다. 영화는 곤의 과거를 면밀히 드러내지도 않는다. 장동건은 “장면을 찍을수록 다른 영화와 달리 연기의 선택 폭이 되려 넓어졌다”고 말했다. “곤이 보냈을 삶과 내면이 자세히 묘사돼 있지 않아 스스로 채워나가기가 어려웠다”고도 했다.
장동건은 “(‘우는 남자’로) 그 동안 많이 해온 어둡고 강한 인물의 결정판을 보여주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정신적 슬럼프를 겪고 있었는데 이 영화로 (슬럼프를)막 빠져 나오는 느낌”이라는 의외의 발언도 했다.
“언젠가부터 매너리즘에 빠진 듯해요. 작품을 선택할 때 제가 끌리는 것보다 제게 어울리는 작품을 하는 등 본질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는 듯해요. 데뷔 초기 드라마를 케이블TV로 보면 얼굴이 빨개지지만 지금은 없는 무언가가 그때는 있었던 것 같아요. 데뷔 20년이 넘었는데도 연기는 하면 할수록 굉장히 어려워요. (‘우는 남자’ 촬영 중) 연기하는 순간의 느낌이 예전 같지 않아 힘들었어요. 데뷔 때는 서툴지만 연기가 별거 아니라는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장동건은 “최근 본 영화 중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과 ‘아메리칸 허슬’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한 사람(매슈 매코너헤이)은 살을 확 빼고 또 한 사람(크리스천 베일)은 살을 확 찌웠는데 두 영화를 보며 반성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장동건은 슬럼프와 반성, 매너리즘 등 부정적인 단어로 자신의 최근 연기를 표현하면서도 배우로서의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명분을 가지고 굉장히 악한 행동을 하는 악역을 멋지게 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당면 목표를 묻자 그는 엉뚱하게 “방어율을 5점대로 낮추고 싶다”고 말했다. “연기를 제외하고 집착하면서도 즐기는 유일한 대상인” 야구 이야기였다. “정식 (아마추어) 리그에서 뛰고 있어 기록이 남거든요. 얼마 전 3년 만에 첫 등판해서 2이닝을 던졌는데 3실점하고 삼진은 5개나 잡았어요.”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의 마무리 투수다운 인터뷰 마무리였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사진설명
장동건은 “연기 경력에 비해 출연 작품이 적어 후회가 된다”며 “앞으로는 끌리는 작품이 있으면 더 많이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CJ E&M 영화부문 제공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