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측 "사재기 의혹에 책임"
"실적 악화 때문" 說 분분
한국 출판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박은주(57) 김영사 대표가 지난달 31일 사퇴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정의란 무엇인가 안철수의 생각 등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연달아 출간하며 승승장구했던 박 대표의 전격 사퇴를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최연순 김영사 편집이사는 2일 “출판 유통과 관련한 회사 내부 문제와 최근 불거진 사재기 의혹이 사퇴의 원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31일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회사 내부에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영사는 지난달 한 서적도매업체가 직원들에게 김영사의 출판브랜드 김영사온에서 나온 책을 한 권씩 구매하라고 지시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재기 의혹에 휘말렸다. 최 이사는 “박 대표가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으로서 평소 사재기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해왔는데 이번에 불미스런 일로 회사 이름이 오르내리자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를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직에서도 물러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재기 의혹보다 회사 내부 문제가 사퇴의 결정적 원인이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사재기 의혹은 단순 해프닝”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직원이 열 명도 안 되는 작은 총판업체에서 ‘우정 구매’ 명목으로 자체적으로 벌인 일이며 김영사와는 무관하다”면서 “해당 도서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확한 사실 관계는 현재 출판유통심의위원회가 조사 중이다.
경영실적 악화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란 소문에 대해 김영사 측은 전면 부인했다. 최 이사는 “지난해 매출이 부진한 것은 맞지만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는 아니었다”며 “출판사 매출 부진은 김영사만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갑자기 사퇴하면서 김영사는 당분간 창업자인 김정섭 회장이 지휘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1989년 박 대표를 사장으로 앉히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4월 1일 회사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장으로 복귀했다.
79년 출판업계에 입문한 박 대표는 32세에 김영사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한국 출판업계 최초의 여성 CEO가 됐다. 지난해 1월에는 한국출판인회의 8대 회장으로 추대돼 도서정가제 강화 법안 통과, 동네 서점 활성화 등에 힘썼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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