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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무대엔 서 본 적도 없는 '홍대 앞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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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무대엔 서 본 적도 없는 '홍대 앞 가수'

입력
2014.06.0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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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는 “대중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필요한 말과 선율을 음악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파스텔뮤직 제공
루시아는 “대중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필요한 말과 선율을 음악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파스텔뮤직 제공

'라디오·콘서트 위주로 활동 나는 주류 가요 가수

노래대회서 상금 받고 자신감 내성적 성격 확 바뀐 계기돼

걸그룹 제의도 있었지만 음반 내고 책 쓰는 일 몰두"

“저 자신을 인디 음악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중의 잣대에 연연하지 않고 제작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음악가라는 뜻에는 맞지만, 제 음악은 홍대 인디 음악보다 주류 가요에 더 가까운 느낌이거든요.”

싱어송라이터 루시아(본명 심규선ㆍ28)는 자신을 인디 음악가로 여기지 않는다. 소속 레이블이 홍대 인근에 있지만 ‘홍대 앞 가수’라는 표현도 마뜩잖다. “데뷔 이후 홍대 인근에서 공연한 적이 없고 라디오 방송이나 콘서트 위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2010년 싱글 ‘첫 번째, 방’으로 데뷔한 이후 총 세 장의 앨범을 내며 부지런히 활동해 온 루시아가 최근 두 번째 정규 앨범 ‘라이트 앤 셰이드 챕터 1’을 냈다. 지난해 발표한 미니앨범(EP) ‘꽃그늘’ 이후 1년 만이다.

“정규 2집이라고 하지만 제겐 네 번째 앨범입니다. 데뷔 이후 거의 쉰 적이 없어요. 보통 2년에 한 장을 내는데 전 평균 6개월 만에 한 장씩 낸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한 계단씩 올라가며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는 듯해요.”

루시아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건 인디계의 스타 음악가인 에피톤 프로젝트의 앨범 ‘유실물 보관소’(2010)의 수록곡 ‘선인장’을 부르면서다. 이 곡이 인기를 끌면서 루시아는 당시 활동하던 이름인 심규선보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목소리’로 더 알려졌다. 본명 대신 루시아라는 이름으로 데뷔한 직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규 1집 ‘자기만의 방’(2011)에 담긴 12곡 중 8곡을 에피톤 프로젝트가 작곡했기 때문이다.

“제가 여자 가수로만 인식되는 게 슬펐어요. 제 작가적인 이미지를 인식시키고 싶었죠. 음악이 아닌 다른 면으로 주목 받는 게 싫어서 앨범에 제 얼굴 사진을 넣지 않았어요. 데뷔 앨범엔 제 자작곡이 4곡밖에 안 되지만 이후엔 모두 제 곡으로만 채웠어요. 그게 데뷔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일 거예요.”

루시아는 음악을 하면서 삶이 달라졌다고 했다. 수업 시간에 국어책 읽는 것도 어려워하던 내성적 성격이 중학교 2학년 때 노래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으며 외향적으로 바뀌었다. “내가 노래하는 걸 봐주는 것뿐 아니라 잘한다고 상금까지 주니 충격”이었단다. 처음엔 가수나 연예인을 꿈꾼 게 아니라 “단지 대회에서 상을 받는 게 좋았다”고 했다. 자꾸 나가다 보니 대회도 지역구에서 전국구로 바뀌었다. 2005년 대학가요제에선 그룹 아스코의 보컬로 참가해 금상을 받았다. 가요기획사의 제의가 잇따랐다. 걸그룹 제의도 있었지만 음반만 내면 된다는 현 소속사의 말에 더 끌렸다. 그렇게 심규선은 루시아가 됐다.

새 앨범을 만드는 도중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쉼 없이 앨범을 내다 보니 심신이 지쳐 휴식이 필요했던 차였다. 여행을 소재로 책을 한 권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에 먼 길을 나섰다. 하지만 가족처럼 지내던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여행길은 고통의 여정이 됐다. 그는 “죽는다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다 보니 삶과 죽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타이틀 곡 ‘비 마인’이 그런 과정을 거쳐 나온 노래인데 ‘표정’ ‘느와르’’ ‘한 사람’에서도 그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간절함을 노래한다.

루시아의 음악은 느린 편이지만 그의 삶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10월쯤엔 정규 2집의 완결편인 ‘라이트 앤 셰이드 챕터 2’를 발매하고 산티아고 여행을 소재로 쓴 소설도 출간할 예정이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일들이 빨리 일어나고 있어요. 해야 할 일이, 해야 할 이야기가 더 많은가 보다 생각하고 있죠. 어서 나이가 들어서 삶의 지혜를 갖고 싶어요. 박완서 선생님의 산문집처럼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와닿는 화법을 갖고 싶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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