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는 콧대 높다는 의미 나는 메트 오페라 일원일 뿐
초초상·투란도트 제안 많지만 내 음색에 맞지 않아 거절
내 한계를 알기 때문에 메트서 30년간 롱런 가능
목소리는 35세에 완성 55세까지 전성기 누려
힘으로 노래하는 젊은 성악가 미래 위해 경계해야죠"
대중은 소프라노 홍혜경(57)씨를 ‘메트의 디바’로 부른다. 세계 정상급 성악가들의 무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선 지 올해로 30주년. 그에게 따라붙는 ‘디바’의 칭호는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인데 대한 존경의 표시다.
하지만 메트 오페라 데뷔 30주년 기념 리사이틀(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앞두고 2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예의 그 시원시원한 말투로 “디바라고 하면 싫다”며 “나는 메트 오페라의 일원으로 그냥 일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영어로 디바는 오페라 여가수로서 뛰어나긴 하지만 환상의 세계를 사는 콧대 높고 이기적인 사람을 의미해요. 내가 대접받고 싶은 만큼 타인에게 예의를 갖춰 대하는 것, 그것이 내 삶의 철학이에요. 음악적 목적 이전에 사람으로서 내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는 반복적인 연습과 목 관리 등의 기술적인 노력을 언급하기보다 “여러 사람이 발맞춰 일하는 조직생활에서 타인을 존중하면서 내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 노력한 것”을 메트의 프리마 돈나로 30년 동안 활약한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한계를 알고 무리한 도전을 하지 않는 것”도 데뷔 때부터 그가 고수한 원칙이다. 1982년 한국인 최초로 메트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1984년 제임스 레바인 지휘의 모차르트 오페라 ‘티토왕의 자비’에서 세르빌리아 역으로 데뷔했다. 제임스 레바인에게 받은 출연 제의를 한 차례 거절하고 고른 작품이었다.
“원래 알반 베르크의 오페라 ‘룰루’ 출연을 제안 받았지만 내가 즐거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올 거라 믿고 기다렸어요. ‘티토왕의 자비’에 나오는 세르빌리아 역은 아름답고 품위 있는 역할이었죠. 내 음악 인생의 뜻 깊은 그날이 무대 위 동선까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그는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메네오’의 타이트롤을 맡은 플라시도 도밍고의 상대역 일리아 역으로 출연하고 베르디의 ‘리골레토’에서는 질다 역을 맡아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상대로 연기하는 등 350회 이상 메트 오페라 무대에 섰다. 런던 코벤트 가든, 밀라노의 라 스칼라, 파리 오페라, 빈 국립 오페라 등 유럽 오페라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올해 연세대 성악과 교수로 부임해 매 학기 3주간 한국에 머물며 후학을 양성한다. 9명의 성악 선생님을 겪어 오면서 경험 많은 오페라 가수에게 지도 받고 싶다는 소망이 컸던 까닭에 “엄마의 마음으로 후배들의 삶과 음악에 깊은 뜻을 전하고 싶어” 선택한 길이다. 그는 후배들을 위한 메시지를 묻는 질문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잘 알아야 한다”고 답했다. “오페라 가수에게는 유혹이 많아요. 음악계가 넓지 않기 때문에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 수많은 곳에서 출연 제의를 받죠. 저에게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힘있는 드라마틱 소프라노에게 어울리는 ‘나비부인’의 초초상이나 ‘투란도트’의 투란도트 역 제안이 들어오곤 하는데 저는 서정적인 리릭 소프라노이기 때문에 거절했죠.”
그는 “목소리는 35세에 완전히 성장하기 때문에 이후 45세까지 정확한 목표를 세우고 55세까지 전성기를 누린 후 55세 이후 어떻게 커리어를 정리할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완전히 목소리가 성장하지 못한 젊은 성악가들이 힘으로 노래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페라 출연을 위해 특정 도시를 방문하면 동양 여자가 서양음악을 하는 게 신기한지 많은 매체가 연출가, 테너 다 제쳐 두고 가장 먼저 저를 인터뷰하고 싶어합니다. 서양음악계에는 아직도 인종차별에 가까운 텃세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동양인이라는 점이 오히려 빨리 시선을 끌 수 있는 건 장점이죠. 물론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겠죠.” 김소연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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