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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사태의 향방... 결국 금융당국 손으로

입력
2014.06.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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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시스템 교체 재검토' 국민銀 이사회, 수용 거부

금감원, 검사기간 앞당겨 "경영진 모두 징계 가능성"

지난 달 30일 자정을 넘겨가면서까지 진행된 장장 7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회의. 하지만, 주(主)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갈등을 빚어 온 KB국민은행 경영진(행장ㆍ감사)과 사외이사들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태를 수습할 마지막 기회까지 날려버리면서 이제 공은 금융당국에 넘어갔다. 금융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KB금융과 국민은행에게는 씻기 힘든 큰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오후 열린 국민은행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은 경영진이 상정한 ‘주 전산시스템 교체계획 원점 재검토’ 방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 방안은 이사회에 앞서 경영진이 경영협의회를 열고 이사회 상정을 의결한 것으로, 당초 이사회가 결정했던 유닉스 시스템 만이 아니라 경영진이 강력히 지지했던 IBM 메인프레임도 입찰에 포함하자는 것이었다.

이사회 직후 은행 측은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산시스템 교체사업의 진행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은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는 종전 결정을 재확인했고, 단지 절차적인 투명성을 위해 일정 진행을 보류하자는 것에만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이건호 행장과 정병기 감사 등 경영진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특히 이날 이사회는 양측간 고성이 오가는 등 시종일관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후문이다.

내부 갈등이 지속되면서 이제 금감원이 해결의 키를 쥘 수 밖에 없게 됐다. 금감원도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현재 진행중인 국민은행 검사를 5일까지 매듭지을 방침이다. 통상 한 달 이상 소요되는 검사기간을 보름이나 앞당긴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이상 검사를 조속히 마무리해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제재를 단행할 것”이라며 “내부통제시스템에서 문제를 야기한 은행, 지주 경영진까지 모두 징계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갈등을 빚었던 양측이 금감원 검사 결과를 본 후 최종 방안을 내놓기로 한 만큼, 검사 결과에 따라 또 다시 내홍이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감사의 감사 의견서가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의견서 채택을 거부해온 이사진이, 이사회 절차가 정상적이었다는 의견이 나오면 문제를 제기한 이 행장과 정 감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어떤 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어느 한 쪽은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진의 입지가 좁아진 이상 이 행장뿐만 아니라 임영록 지주 회장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관치와 낙하산이 판치는 KB금융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정치권과 연계해 투쟁할 것”이라며 “임 회장과 이 행장 등 최종 책임 당사자들의 퇴진 운동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현재 사용중인 IBM 메인프레임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키로 4월 이사회에서 결의했으나, 이 행장과 정 감사가 선정 과정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금융당국에 검사를 요청하면서 한 달 이상 내홍을 겪어왔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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