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등 北 위협 증폭 시점
안정적 위기관리에 적합 판단
박 대통령의 무한신뢰 담겨
청문회·지역안배도 고려 흔적
'北 눈엣가시' '레이저' 별명
"군형 잡힌 시각 필요" 지적도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김관진 국방장관을 발탁한 것은 국가안보의 콘트롤타워에는 ‘무인(武人)’이 적합하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치 않다. 김 내정자에 대한 박 대통령의 ‘무한 신뢰’와 함께 호남 출신 인사에 대한 지역 안배도 인선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북방어 아이콘에서 안보 컨트롤타워로
청와대는 지난달 22일 전임 김장수 실장이 경질된 이후 후임자에도 군 출신 인사를 유력하게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와 통일, 정보, 국방을 총괄해야 하는 국가안보실장 자리의 성격상 민간 전문가보다는 군 출신이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3년 차를 맞아 4차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끝냈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함정을 향해 포격을 가하며 도발위협 수위를 고조시키는 상황이다. 따라서 청와대로서는 안정적 위기관리를 위해 검증된 인사를 기용하는 것이 절실했을 법하다.
박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유일한 국무위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박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안보실장 하마평에서 김 내정자가 줄곧 최우선 거론된 이유도 박 대통령의 무한 신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 내정자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 의지를 피력할 때 강렬한 눈빛으로 확고한 신념을 드러내 ‘레이저’라는 별명이 따라붙었고 대북방어태세의 ‘아이콘’으로도 통한다. 김 내정자는 앞서 2010년 12월 국방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개성공단에서 인질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돌직구를 날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장관 취임 후에는 “북한 도발 시 원점은 물론 지원세력까지 응징하라”고 누차 지시했다. 이에 북한 매체들이 실명을 거론하며 막말을 쏟아낼 만큼 북한입장에서는 상당히 ‘껄끄러운’ 존재다.
안보 우선주의에 대한 경계
김 내정자의 이런 강성 이미지가 국가안보실장의 발탁 배경이 됐지만 일각에서는 국가안보실장이라는 균형 잡힌 자리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안보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는 “강경한 대북관은 국방장관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지 남북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국가안보실장의 자질은 아니다”면서 “한반도 안보정세가 다층적으로 복잡해지는 현 시점에서는 균형 잡힌 사고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안보의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가 진척을 보이지 않고, 북일 양국간 갑작스런 합의로 주변국의 대북공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현직 국방부 장관인 김 내정자를 국가안보의 컨트롤타워로 바로 뽑아 올린 것을 두고는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때문에 남재준(육사 25기) 전 국정원장과 김장수 전 안보실장(육사 27기) 등 육사 선배들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 김 내정자 홀로 어떤 밑그림을 그려갈지 주목된다. 김 내정자가 한민구 국방장관 후보자를 새로운 안보라인에서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심사다. 두 사람은 각각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으로서 호흡을 맞추며 2011년 1월 소말리아에서 납치된 우리 선원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번 인사에서는 지역 안배도 적잖이 고려된 흔적이 엿보인다. 김 내정자는 전북 전주, 한 후보자는 충북 청원 출신이다. 최근 낙마한 안대희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입법ㆍ사법ㆍ행정부의 수장에 모두 부산ㆍ경남(PK) 출신이 포진되면서 비판이 커진 데 따른 정치적 배려로 해석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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