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와 18개 주요 업종별단체가 어제 공동성명을 냈다. 내년 1월 1일 예정된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시기 및 배출 감축 목표를 재검토해 달라는 내용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중국이나 미국, 일본 등은 시행하지 않고 있는데, 배출 비중이 전체의 1.8%에 불과한 한국이 앞장서게 되면 산업경쟁력만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에너지환경이 급변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각국 입장이 바뀐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사업자의 온실가스 배출 허용 총량을 국가가 할당계획을 통해 제한하고, 각 사업자가 잉여 또는 부족분을 시장에서 팔고 살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현재 유럽연합(EU)과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만 시행 중이다. 한국은 2010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 부문별 업종별 감축목표를 정해 2015년부터 이를 시행키로 하고 지난달 구체적 계획을 내놓았다. 제조업이 주력인 국가 중 독일을 제외하면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셈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의 30%까지 줄일 방침이다. 재계는 이로 인한 기업의 추가비용이 2015년부터 3년간 5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문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국제환경이 달라지고 있는 점이다.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다루는 교토의정서 체제는 이미 유명무실해져 구속력이 없는 상태다. 현재 2020년 이후 모든 당사국이 참여하는 신기후체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앞장섰던 EU는 최근 정책초점을 산업경쟁력 강화에 맞추면서 기존 입장에서 후퇴했다. 더욱이 미국이 세일가스개발에 나서면서 한때 유망할 것으로 비쳤던, 해외 배출권거래시장은 사실상 무너진 상황이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당초 2013년에서 2015년으로 한 차례 늦춘 만큼 이번에는 시행을 강행할 태세다. 하지만 최근의 국제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굳이 배출감축의 글로벌 모범생을 자처하고 나설 이유는 없어 보인다. 시행시기를 유연하게 조절하고, 감축목표도 재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