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우리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이용하면서 안전하지 않은 것은 거부할 수 있는 권리, 즉 안전한 소비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 소비자 안전이라고 하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 재산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반 시스템 및 조치를 말한다. 이 중 하나가 리콜제도다. 리콜제도란 원래 선거직 공무원을 임기 도중에 국민투표를 통해 해임하는 국민소환제도를 의미했다. 그러나 이제는 결함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로부터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소비자보호 제도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즉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 재산상에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는 제품 결함이 발견된 경우 사업자 스스로 또는 정부의 강제 명령에 의해 소비자 등에게 제품의 결함내용을 알리고 제품 전체를 대상으로 수거ㆍ파기 및 수리ㆍ교환ㆍ환급 등의 적절한 시정조치를 취함으로써 제품 결함으로 인한 위해 확산을 방지하려는 소비자보호 제도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도요타 자동차는 2009년 11월 가속페달의 매트 끼임 문제로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가 넘는 사상 초유의 리콜을 실시했다. 리콜로 인해 발생한 손해금액 또한 역대 최대로, 약 50억달러의 수리비용과 피해자 손해배상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사태에 대한 원인으로 기계적 원인과 더불어 무리한 원가절감, 과도한 해외생산 확대, 안일한 경영 등의 경영상의 요인들이 지적되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엄격한 품질관리보다는 원가절감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려 했다. 또 급속히 성장하면서 제기된 문제들을 소비자의 관점이 아닌 생산자의 관점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에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대규모 리콜 사태로 인해 도요타 자동차가 지난 수십년간 세계적으로 쌓은 명성은 하루 아침에 모래성이 됐다.
또 다른 사례로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리콜사건이 있다. 1982년 9월말 미국 시카고 지역에서 존슨앤존슨의 엑스트라 스트렝스 타이레놀 캡슐을 먹고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누군가가 고의로 타이레놀 캡슐에 독극물을 주입해서 발생한 것이었으나 존슨앤존슨은 대규모 리콜을 단행했다. 이 일이 일어난 직후 진통제 시장에서 존슨앤존슨의 시장점유율은 35.3%에서 7% 이하로 급락했다. 존슨앤존슨은 전사적인 차원에서 회사의 위기를 관리하기로 하고 기업 회생을 위해 양심적이면서 신속하게 대응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해 1983년 5월에는 잃어버렸던 시장점유율을 거의 회복했다. 1986년에는 시장점유율이 35%까지 올랐다고 한다. 이렇게 존슨앤존슨이 빠르게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렸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비자에게 충분히 안전정보를 제공하는 체제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말이 있다. 소를 잃기 전에 미리 소 우리를 튼튼히 만들었어야지 하는 질타의 목소리일 것이다. 그러나 사고가 난 바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튼튼히 고쳐야 하지 않을까.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ㆍ사고를 경험하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라는 치명적인 병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소비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리콜제도와 같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리콜을 통해 고쳐보면 어떨까. 도요타 자동차와 같이 기술적인 결함과 경영상의 결함으로 회사의 존립에 위협을 받는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존슨앤존슨처럼 대처했으면 한다. 물론 병을 치료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 각자가 소비자로서 투철한 안전의식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안전 불감증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