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설거지하는 아빠

입력
2014.06.01 20:00
0 0

손자병법 하면 으레 지피지기 백전불태(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를 떠 올린다. 그러나 병법연구가들은 손자병법을 관통하는 요체는 부전승(不戰勝) 사상이라고 말한다. 즉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기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인명 및 재산피해가 불가피하다. 손자는 전쟁 승리에 앞서 백성의 생명과 안위를 더 중시한 병법가였다. 위정자들의 무능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요즘 손자의 그런 사상이 각별하게 다가온다.

▦ 손자의 부전승 사상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자는 생각과도 통한다. 요즘 기업경영에 손자병법이 각광을 받는 이유다. 좀 생뚱맞다고 할지 모르지만 설거지에도 손자병법이 적용될 수 있다. 최소 노력, 최소 비용으로 설거지 하는 방법의 첫째는 설거지거리를 가능한 한 만들지 않는 것이다. 물컵이나 과일그릇을 다른 오물이 섞여있는 설거지통에 넣지 않고 그때그때 간단하게 씻어버리면 설거지거리가 확 준다. 일종의 부전승이다.

▦ 본격적으로 설거지 할 때는 기름 묻은 그릇과 묻지 않은 그릇을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기름 안 묻은 그릇은 세제 없이 아크릴 수세미로 그냥 닦아도 쉽게 씻긴다. 세제 안 쓰니 환경오염 안 되고 헹구는 수고가 줄어드니 물 소모는 물론 시간까지 절약된다. 기름 묻은 그릇은 별도로 처리하는 요령이 있다. 다 이겨놓고 싸우라는 손자 가르침을 설거지에 적용한 셈이다. 이렇게 원리와 요령을 알면 귀찮은 노동으로만 여겨지던 설거지가 꽤나 재미 있다.

▦ 아내가 차린 저녁식사를 마친 뒤 “설거지는 나에게 맡겨”라며 싱크대로 달려가는 남편. 아내는 설거지 하는 남편의 넓은 등을 바라보며 “저 남자가 정말 나를 사랑하는가 보다”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 밤 부부 무드가 어떨지는 안 봐도 비디오. 설거지 하는 남자의 이점이 하나 추가됐다. 설거지 등 가사를 적극 분담하는 아빠가 성공하는 딸을 만든다는 게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의 최근 연구 결과다. 요컨대 남자의 설거지는 부부행복과 자녀성공의 비결이라는 얘기.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