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4 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그 동안 세월호 참사 여파로 선거분위기는 크게 꺾여, 수 차례 열린 후보자들간의 TV 방송 토론회 조차도 한 자릿수 시청률을 올리기에 급급할 만큼 국민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정부의 무기력함과 시스템의 부재, 끼리끼리 문화 등 각종 사회ㆍ정치적 모순과 적폐의 문제점들이 낱낱이 드러나면서‘선거를 통해 이 나라의 진짜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심판의 기류가 사회 저변에 강하게 감지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11.49%의 높은 사전투표율에서 보듯 이번 선거가 사실상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의 중간평가라는 점은 이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번 선거가 심판대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항상 선거철 때마다 그랬듯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하다는 느낌부터 든다. 물론 정당만을 보고 몰표를 던지는 경우가 이번도 다반사일 수 있다. 그러나 개인과 사회적 이해가 얽혀있는 지역행정을 이끌어갈 제대로 된 후보자를 선택하려면 무엇보다 그 인물의 됨됨이부터 정책비전과 공약 등을 유심히 살펴봐야 하는데 차별성이나 독창성, 실현 가능성 등이 대체로 기대 이하 수준에 머문다는 푸념만이 무성하다. 정당간의 정책차이가 크지 않은데다가 이번엔 특히 정책이나 공약을 홍보할 시간적 여유도 적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한국일보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동으로 이번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공약을 점검한 결과, 후보자들의 미래비전을 보여주는 가치성 평가에선 대부분이 평균이상의 점수를 받았으나, 이를 추진하기 위한 각종의 계획 등이 담긴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을 따져보는 현실성 평가에서는 대부분이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후보자들의 공약 신뢰성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공약에 대한 신뢰성 문제는 결국 후보자의 책임감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듯 선장을 비롯한 우리시대의 많은 어른들이 보여준 책임감 없는 행동과 무분별한 판단은 이미 사회적 지탄의 대상인지 오래다.
복지 문제만 놓고 봐도 그렇다. 국민세금으로 제공하는 각종의 무상상품을 여야 후보 가릴 것 없이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무상버스와 무상교육 등 무상 상품을 복지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 다수의 세금으로 무상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과연 정치 공약이 될 수 있는 것인가. 비용이 수반되는 정치상품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비용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낭비 없이 제대로 공급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본인의 세금으로 충당 되는 게 무상상품인데, 정말로 공짜인줄 착각하고 선심공약에 투표방향이 흔들린다면 지금이라도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한다. 과거 경험에서 보듯 후보자의 공약은 믿을 것이 못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안다. 후보자는 당선이 급할 뿐 나중을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단군이래 대한민국 최대사업이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공약은 또 어떤가. 이 지구 중 2,00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서부이촌동 부지와 코레일 부지는 서울의 최고 노른자위 땅이다. 비록 현재 수요가 미약하고 개발 타당성에 의문이 남지만 언젠가는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바로 당장은 아니더라도 서울시장이라면 이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 비전은 멋진 조감도가 아니라 어떤 조직이 어떻게 사업을 진행할지를 담은 구체적 전략이어야만 한다. 이에 대해 시장 후보들은 설득력 있고 책임감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박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도 좋고 정권 심판론도 좋다. 그렇다고 지방선거에서 무턱대고 몰표를 던질 수 는 없는 것 아닌가. 이번만은 후보자들이 얼마나 책임감 있는 인물인지 그들의 민낯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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