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이양 15개월 걸릴 것”
1일 태국 수도 방콕시내 중심지인 승리기념탑 주변에는 하루 종일 군과 경찰의 경비가 삼엄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셔츠’ 지도자 등 쿠데타 반대 세력이 바로 이곳을 포함해 방콕 시내 8개 장소에서 게릴라 시위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날 방콕 시내에는 밤 늦게까지 팽팽한 긴장이 이어졌고, 소규모 산발 시위가 한 두 차례 발생했다. 방콕 번화가 아속 사거리에서 이날 낮 100여명이 쿠데타 반대 글귀를 들고 시위를 벌였으나 곧바로 해산됐다. 쇼핑 중심지인 라차프라송 거리에서도 여성 한 명이 ‘people’이라는 문구가 새긴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1인 시위를 벌였으나, 현장에서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유사시 강경진압 하겠다’는 군부 경고 때문에 시민과 계엄군이 충돌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서너 명씩 짝을 이뤄 시내 곳곳에 배치된 군과 경찰은 시민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태국 군부는 각각 19개 중대의 군과 경찰 병력 6,000명을 시위가 예고된 장소에 배치했다. 또 8개 장소 주변의 전철역을 이날 오전부터 봉쇄하는 한편, 전철을 무정차 통과시켰다.
반 쿠데타 시위 봉쇄와 함께 군부는 친 탁신 세력이 잡고 있던 태국 경제에 대한 장악력 회복을 위해 주요 공기업에 대한 압박에도 들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태국 최고 군정기관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는 지난달 31일 태국의 은행, 항공, 에너지 등 각 산업 분야 56개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했다. 또 경영상태에 대한 평가 보고서와 함께 내년 경영ㆍ투자 계획, 기관장 본인의 직무 평가를 2일까지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이 자리에서 군부는 대부분 축출된 잉락 친나왓 전 총리 정권에서 임명된 공기업 CEO들에게 “공기업 고위직에 대한 인사권을 회수하고 모든 국책 사업을 재평가하겠다”며 “공기업을 분야별로 나눠 군 장성들에게 경영 감독을 맡기겠다”고 압박했다. 군부가 이들에게 사퇴를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사퇴를 종용하며 경제 권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다.
한편 군부는 민정이양에 15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NCPO 의장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은 지난달 30일 향후 정치 일정을 밝히는 대국민 연설에서 “평화와 개혁을 추진하는 일이 급선무라 선거가 늦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분열 상태인 태국의 갈등 조정에 최소 2~3개월, 새 헌법과 과도정부 구성에 1년 가량이 필요해 그 이후 총선이 시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미 총리실 상무 차관과 국가평의회 사무총장ㆍ주지사 13명을 교체하고, 지방 경찰서장 19명을 전보 조치한 태국 군부의 잉락 정권 출신 고위관료 솎아내기 작업이 향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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