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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이후 남한과 북한의 건축 닮음과 차이, 그 접점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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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이후 남한과 북한의 건축 닮음과 차이, 그 접점을 찾다

입력
2014.06.0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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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권, ‘청계천에서 보는 서울의 빛’(2004). 인공하천을 만들기 위해 도로를 파헤치면서 그 안에 묻혀 있던 청계천의 역사도 파괴됐다. ⓒ안세권
안세권, ‘청계천에서 보는 서울의 빛’(2004). 인공하천을 만들기 위해 도로를 파헤치면서 그 안에 묻혀 있던 청계천의 역사도 파괴됐다. ⓒ안세권

이번 전시회는 예전과 달리 건축가 아닌 건축에 초점

현상 자체에 대한 탐구 담아

한국관 '한반도 오감도' 주제로 전쟁 후 국가 재건·경계 등 건축물에 드러난 분단 현실 환기

2014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이 7일 개막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에서 11월 23일까지 열리는 올해 건축전은 66개국이 참여한다.

총감독을 맡은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 렘 콜하스는 예전과 크게 다른 풍경을 예고했다. 건축가가 아니라 건축에 초점을 맞춘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스타 건축가들의 각축장 같던 예년과 달리, 건축 현상 자체를 조명하는 ‘연구 중심’ 비엔날레를 표방했다. 전체 주제는 ‘근본(fundamentals)’이다. 건축의 본질을 점검하고 반성하려는 올해의 목표는 ‘건축의 요소’를 주제로 총감독이 직접 주관하는 본전시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날 예정이다. 본전시는 문, 천장, 창문, 화장실, 계단, 복도, 벽, 지붕 등 건축의 기본 요소를 하나씩 중점적으로 리뷰하는 각종 행사로 진행된다.

나라마다 제각각 운영하던 국가관 전시에 ‘근대성의 흡수 : 1904~2014’라는 단일 주제를 제시한 것도 전에 없던 방식이다. 각국의 고유한 전통과 지역성이 근대성이라는 보편적 원리와 접촉하면서 지난 100년 간 나타난 건축 현상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려는 시도다. 수용과 충돌, 보편과 특수, 다양성의 상실 혹은 창조적 변용의 복잡한 맥락을 점검한다.

올해 한국관은 남북한 건축을 주제로 ‘한반도 오감도’라는 제목의 전시를 선보인다. 한국관 커미셔너인 건축가 조민석은 “한반도만이 갖고 있는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이 건축에 미친 영향을 짚어보는 전시”라고 설명한다. 북한이 직접 참여하는 사상 첫 남북한 공동 건축전으로 하려던 당초 계획은 무산됐다. 작년부터 북한 백두산 건축연구원 등과 접촉했지만 여러 한계에 부딪혀 실패했다.

시인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미로 같고 수수께끼 같은 난해한 시다. 분단 이후 남북한 건축의 교류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서 한반도 건축을 그리자면 한눈에 들어오는 조감도가 아니라 오감도를 닮을 수밖에 없을 터이다. 조민석 커미셔너는 “옛 탐험가들이 흩어진 파편을 모아 불완전한 지구본을 만들었듯 국내외 건축가, 시인과 문인, 화가, 사진가와 영화감독, 큐레이터와 수집가들의 다양한 작업을 모았다”고 설명한다.

총 29개팀이 참여하는 이번 한국관 전시는 작가 중심이 아니라 남북한 건축을 동시에 접근할 수 있는 개념과 주제로 엮은 것이 특징이다. 분단 이후 각기 다른 길을 걸어온 남과 북의 건축에 나타난 공유와 차이의 접점을 찾는 데 주력한다.

4개 섹션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한국전쟁 후 남북의 국가 재건을 위한 건축을 서울과 평양을 중심으로 살피는 ‘삶의 재건’ 섹션으로 시작한다. 나머지 세 영역은 남북의 기념비적 건축을 다루는 ‘모뉴먼트’, 비무장지대(DMZ) 등 남과 북의 수많은 경계를 건축적 관심사로 접근해 해석하는 ‘경계’, 북한의 판화, 동양화, 선전 포스터 등으로 구성한 ‘유토피안 투어’다. 베이징에서 북한 관련 사업을 하는 고려그룹 대표 닉 보너가 수집한 이 작품들에는 북한 건축가가 상상한 이상적인 건축의 드로잉도 포함돼 있다.

남과 북을 직설적으로 비교하는 전시는 아니지만, 관객들은 흥미로운 대비 혹은 공통점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될 전망이다. 예컨대 평양의 인민대학습당과 서울의 국립민속박물관은 콘크리트 건물에 한옥의 청기와 지붕을 얹은 게 서로 닮았다. 북한 건축이 사회주의 이념과 주체사상에 복무하며 전개되는 동안, 남한 건축가들은 관료주의나 자본주의 논리와 타협해야 하는 환경에서 작업해 왔다. 남북의 체제 경쟁으로 태어난 기념비적 건축물은 분단 현실을 더욱 분명하게 환기시킬 전망이다. 유경호텔과 63빌딩, 5ㆍ1경기장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등 남과 북이 비슷한 시기에 지은 건축물에서 마지막 분단 지역인 한반도의 특수성을 읽을 수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서예례, ‘Actor Map of Korea’(2014). 남북 관계에 작용하는 정부기관과 기업, 단체, 국제기구등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지도로 표시했다. ⓒ서예례
서예례, ‘Actor Map of Korea’(2014). 남북 관계에 작용하는 정부기관과 기업, 단체, 국제기구등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지도로 표시했다. ⓒ서예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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