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인 스포츠토토 정보공유 사이트를 차려놓고 회원들을 불법 도박사이트로 끌어들인 기업형 도박조직이 적발됐다. 불법 도박 규모는 700억원에 달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스포츠토토 정보공유 N사이트 회원 22만여명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 불법 도박이 벌어지는 B, R사이트로 유인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로 N사이트 대표 이모(31)씨와 B사이트 운영자 손모(32)씨를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조직폭력배 황모(32)씨 등 이들 사이트 직원 11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불법 도박사이트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2012년 4월 합법인 N사이트를 만들었다. 인천 논현동에 사무실을 차린 이씨는 20여명의 직원들에게 월급을 최대 1,000만원까지 주고 4대 보험도 들어줬다.
이씨 등은 야구나 축구 등은 경기 시간이 길어 스포츠토토에 한 번 돈을 걸면 2~4시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 착안, 5분만에 결과가 나오는 사다리 타기나 가위바위보 게임을 도입했다. 돈을 걸 수 없는 N사이트에서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회원들에게 ‘B, R사이트에 들어오면 최대 100만원까지 베팅할 수 있다’는 문자를 보내 불법 게임에 끌어들이는 식이었다.
조사결과 이용자 7,000여명이 2011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포계좌 205개를 통해 불법 게임에 700억원을 베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등은 베팅액의 10%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폭력조직이 연루된 정황도 포착됐다. 조직폭력배 황씨가 B사이트에서 일하며 운영 방식 등을 배웠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도박 사이트는 수익성이 좋아 조직폭력배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R사이트를 추가 수사하는 한편 도박사이트 이용자들도 적발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