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출신 66명 최다 "정부 로비창구로 활용"
전관예우·관피아 논란
국내 10개 대형 법무법인(로펌)에서 활동하는 전직 경제부처 관료가 무려 17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전관예우’를 무기로 대 정부 로비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아, 세월호 참사 후 확산된 ‘관피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일 정부 관계부처와 대형 로펌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김앤장, 태평양, 광장, 세종, 화우, 율촌, 바른, 충청, 로고스, 지평 등 10대 로펌에 근무 중인 경제부처 출신 전직 관료는 모두 177명으로 집계됐다.
부처별로는 국세청 출신이 68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감독원 37명 ▦공정거래위원회 34명 ▦관세청 19명 ▦기획재정부 15명 등이다. 국세청과 관세청 등 이른바 ‘세피아’(세무공무원+마피아)가 87명으로 로펌에서 활동하고 있는 관피아의 절반에 육박했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아무래도 기업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 세무조사나 관세 등 세금 관련이고 로펌에서 관련 소송을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직 세무공무원들의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펌별로 보면 업계 1위인 김앤장이 66명으로 가장 많았고 ▦태평양 31명 ▦광장 24명 ▦율촌 17명 등의 순이었다. 로펌 행을 선택한 경제관료의 직급은 실무자에서부터 과장과 국장 등 중간 간부, 국세청장, 관세청장, 금융위원장, 그리고 장관까지 매우 다양했다. 이들은 퇴직 전 직급에 따라 고문, 전문위원 등으로 일한다.
로펌들은 경제부처 출신 영입에 대해 “세무나 금융 등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 확보와 개방된 법률시장에서 외국 법무법인들과 경쟁할 힘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세간의 시각은 다르다. 국세청은 기업에 막대한 세금을 추징하고, 공정위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또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 퇴직 관료들이 해당 부처에서 쌓아온 인맥을 통한 로비나 압력 등이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이들은 퇴직 전 부처에서 관련 업무를 맡아오면서 제재나 규제 등의 급소도 잘 알고 있어 기업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개입할 개연성도 농후하다.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실무자급이라면 모르겠지만 고위급 퇴직자의 경우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니 장관급의 경우 로펌에서 최소 5억원,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재취업 금지 기한 등 법적 규제를 준수했다 하더라도 로펌 행을 선택한 경제부처 퇴직 관료들의 활동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로펌에 간 공직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후배 관료들을 만나 연봉에 걸맞은 실적을 내려고 할 것”이라며 “공직자나 공공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에 대한 추적장치를 둬 활동의 투명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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