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풍성한 현대악기 속 섬세하고 정밀한 선율, 여린 바람처럼 나풀대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풍성한 현대악기 속 섬세하고 정밀한 선율, 여린 바람처럼 나풀대다

입력
2014.06.01 16:20
0 0

5월 3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은 독특한 아우라로 빛났다. 현대음악앙상블 소리의 연주회야 원래 새로움으로 충만한 자리지만 이 날의 그것은 차원이 달랐다. 피아노와, 피아노의 전신인 쳄발로가 나란히 함께 한 것이다. 그것도 현대 음악의 깃발 아래.

독일의 작곡가 만프레트 트로얀의 1973년작 ‘ 8개의 악기를 위한 실내악’의 참여 악기였다. 물론 피아노의 강건한 음과 쳄발로의 연약한 음색은 견줄 바가 못 된다. 그러나 익히 알려진 소리의 음량 풍성한 현대 악기들 가운데서 섬세하고도 정밀(靜謐)하게 현대적 선율을 펼치는 풍경은 묘한 감흥을 선사하기 족했다.

“드레스덴 국립 음대에 쳄발로 강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흔쾌히 수강했죠.” 쳄발로(독어식으로는 하프시코드)를 연주했던 김재연(42)씨가 쳄발로와의 조우를 떠올렸다. 이내 고(古)악기에 매료된 그는 빨리 공부하고 돌아와 자리 잡으라는 부모의 닦달도 못 들은 척, 드레스덴 2년도 모자라 프라이부르크까지 가서 2년을 더 했다.“체중을 싣는 피아노 연주와는 본질적으로 달라요. 손가락 무게만으로, 마치 현을 뜯듯이 연주하거든요.”

그는 현재 피아노와는 담을 쌓았다. 피아노는 쳄발로에 비하면 전신 운동을 요하는 악기다. “이제 저는 피아노를 치면 아예 소리가 제대로 안 나요.” 그 쳄발로 소리를, 외국 작곡가들은 아주 맛깔스럽게 써먹는다. 온도와 습도에 따라 음정이 수시로 변할뿐더러 조율도 까다롭다. “너무 건조해지면 건반이 내려앉기 때문에 겨울에도 불을 함부로 못 때죠.”

쳄발로는 부부의 인연도 맺어 주었다. 프라이부르트에서 알게 된 쳄발로 장인(匠人)토마스 쉴러는 훗날 남편이 됐다. 체발로 제작이라는 가업을 잇기 위해 콘트라베이스 주자의 꿈을 접은 자다.

2일은 바흐의 아들 C.P.E 바흐의 탄생 3백주년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그의 탄생을 축하하는 콘서트가 이 날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펼쳐진다. 작곡가의 ‘첼로 협주곡’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날 연주회에서 김씨의 나풀대는 쳄발로는 빛을 발한다.

장병욱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