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잇단 시장개입에도 장중 한때 1017원까지
원화강세 불구 수출 급증 달러 매도 늘며 하락 압박
외국인, 코스피 2조 순매수 금융 쪽마저 달러유입 지속
"1020원 무너지면 1000원선도 안심 못해"
원ㆍ달러 환율 1,020원을 지키려는 외환당국의 사투가 힘겹다. 벌써 한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1,020원대 횡보. 하지만 봇물 터지듯 밀려 들어오고 있는 달러의 공세를 언제까지 막아낼 수 있을지 불투명해 보인다. 1,020원 선이 붕괴된다면 ‘1달러 =1,000원’ 조차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7일 환율 1,030원 벽이 무너진 이후 외환당국은 적극적인 시장 개입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다. 올 들어 환율이 1,070원대에서 1,030원대로 크게 밀리는 상황에서도 구두개입조차 하지 않던 당국이 지난 달부터는 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들이며 환율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장중에 1,020원이 무너진 지난 달 30일에도 당국은 적극 개입에 나서며 환율을 끌어올렸다. 장중 한때 1,017.1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이날 1,020원선에 가까스로 턱걸이(1,020.1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하루에만 외환당국이 10억달러 이상을 매입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달 14일과 20일에도 대대적인 시장 개입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장중 1,020원선 붕괴가 외환당국의 방어선이 한계에 달한 것이라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그만큼 쏟아져 들어오는 달러 물량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가장 큰 요인은 원화 강세(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수출이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달 무역수지는 53억4,900만달러 흑자. 28개월 연속 흑자 행진으로, 수입보다 수출이 이 만큼 더 많아 국내에 53억달러 넘는 달러 유입 요인이 또 생겼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달 하루 평균 수출액(22억3,000만달러)은 작년 9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당장 수출업체들의 네고(달러화 매도) 물량은 이달 초 집중적으로 쏟아지며 환율 하락을 압박할 것으로 우려된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4월말부터 환율 급락으로 환전 시기를 미뤄왔지만, 지금은 더 떨어지기 전에 달러를 팔자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며 “특히 월말에 소화되지 못한 네고 물량이 연휴와 맞물려 월초에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물 쪽만이 아니라 금융 쪽에서도 달러 유입은 지속되는 양상이다. 한 시장 참가자는 “과거에는 달러화 유입 증가로 환율이 내리면 수출 경쟁력이 나빠질 것으로 보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팔아 수급 균형이 이뤄졌다”며 “하지만 요즘은 실물과 금융 양쪽에서 달러화가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코스피시장에서 1조9,52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만약 1,020원이 무너지면, 1,000원 역시 안전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1,020원에 적극적인 배수진을 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투자전략실장은 “세계적으로 경기 회복세라는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만큼 1,000원 붕괴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고,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일시적으로 세자릿수 환율을 기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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